조응천 "조국 문제는 보수정당의 탄핵과 같이 두고두고 우리 발목을 잡을 것"
하지만 전당대회 앞두고 친문 강성 당원들 반발 파장에 가라앉아
꼬리 내린 초선과 소극적인 중진에 '친문 지도부' 불가피
친문ㆍ조국 논란 격화…野 연패 안겨준 '친박ㆍ탄핵 논란' 유사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 선거 참패로 쇄신론이 올라오면서 친문(문재인) 퇴진과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민심과 괴리가 있는 당심만 따랐다가 위기에 처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민주당은 조 전 장관의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지며 국론이 분열됐을 당시 적극 비호하는 입장을 취했다. 당 주류인 친문과 권리당원에 포진한 강성 지지층의 뜻에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여당 지지율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지난 총선에서 압승하며 일단락돼 언급이 금기시돼왔다.
그러다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부·여당의 ‘불공정’에 대한 심판 민심이 읽히자 조국 사태가 다시 지목됐다. 처음 이를 언급한 건 초선 의원들이다. 조국 사태와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의 갈등,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여권 인사들의 부동산 내로남불 등을 민심 이반 원인으로 짚었다.
문제는 선거 패배에도 건재한 친문 강성 지지층이 거세게 반발한 것이다. 당 권리당원들은 지난 12일 성명서를 내고 “초선의원들은 4·7 보궐선거 패배의 이유를 청와대와 조국 전 장관의 탓으로 돌리는 왜곡과 오류로 점철된 쓰레기 성명서를 내며 배은망덕한 행태를 보였다”고 비난했다.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라 당은 출렁였다. 권리당원 투표비율은 40%에 달한다. 이에 힘입은 친문은 주도권을 유지하려 분주하게 움직였다. 초선이 쏘아올린 쇄신론은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인사들의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양비론에 밀렸고, 3선 중진과 당권주자들도 눈치를 보며 ‘조국 논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조 전 장관 옹호에 나섰다.
한 친문 의원 측은 “당내에서 조국 사태를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가는 건 사실”이라며 “정부·여당 지지율이 국민의힘과 데드크로스를 처음 이룬 건 추 전 장관과 윤 전 총장 갈등이 한창일 때고, 정부·여당 지지율이 근 2년간 가장 높은 때는 총선 직후라 조국 사태가 큰 패배요인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쇄신론을 외친 초선 의원들도 자신들 중 몇 명을 차기 최고위원이 되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인 만큼 친문 강성 당원들과의 갈등을 이어나가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초선 모임인 ‘더민초’ 측은 언론들에 조국 사태에 집중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하며 직접 언급을 피하고 있다.
초선이 꼬리를 마는 모양새가 되면서 친문 퇴진론은 가라앉아 '친문 지도부' 재등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당대회에서 초선 최고위원을 세우려면 친문 강성 당원들과 더 이상 척을 져선 안 되므로 차기 원내대표에 친문 윤호중 의원에 표가 쏠릴 공산이 크고, 임시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 준비위원회는 대의원 45%ㆍ권리당원 40%ㆍ국민투표 10%ㆍ일반당원 5% 투표비율을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 차기 당 지도부 선출에 친문 강성 당원들의 입김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 대해 쓴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김해영 전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공정을 중요한 가지로 여기는 정당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그 믿음이 결정적으로 흔들리게 된 시발점이 조국 사태"라며 "(이에) 초선들이 용기를 내 불길을 지폈는데 불과 며칠 만에 이 불길이 매우 빠르게 식고 있다. 구체성 있는 반성의 쇄신안은 나오고 있지 않고, (강성 당원들은) 정치적 의사표시의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조응천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초선 중심 반성·쇄신 목소리가 나와 약간의 희망을 걸어봤으나 아직도 주류세력들은 기득권을 붙잡고 민심보단 소위 ‘개혁’에 방점을 둬 힘들다”며 “우리 당에서 금기어 혹은 성역화된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한 문제는 보수정당의 ‘탄핵’과 같이 앞으로 두고두고 우리의 발목을 잡을 아킬레스건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당 공식적 최고 의사결정 기구는 비대위이고 책임자는 비대위원장이다. (때문에) 강성 당원들에게 이와 같은 언행을 자제하라는 메시지가 나와야 했지만 일언반구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조 의원의 “보수정당의 ‘탄핵’”이라는 언급은 국민의힘 전신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친박(박근혜)과 쇄신파 간의 갈등, 탄핵의 정당성과 책임소재에 관한 논란 등이 지난해 총선 직전까지 이어져왔던 점을 짚은 것이다. 당내 주류인 친문이 선거 패배에도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하고, 조국 사태에 대한 의견충돌이 이어지는 현 민주당 상황과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전신들은 탄핵 정국 이후 친박·탄핵 논란에 빠져 19대 대선부터 지난 총선까지 4년간 모든 선거에서 연패해왔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4년 만에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두자 민주당이 친문·조국 논란으로 그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