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 대신자산운용 퀀트운용본부장은 최근 주식시장에 뛰어든 똑똑한 투자자들이 늘면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의 달라진 안목, 신상품 개발 동력 = 최 본부장은 최근 직접투자가 늘고 있어, 더 참신한 상품을 개발해야겠다고 했다.
그는 “직접투자를 선호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나다 보면 투자자들의 위탁자산을 운용해 수수료를 주 수익원으로 삼는 자산운용업계에서 일하는 입장에선 수익의 감소를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특히나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가입하는 공모펀드 시장은 어느정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2조3000억 원(2월 말 기준)의 패시브·퀀트 운용을 지휘하고 있다. 운용 스타일은 철저히 계량적 분석에 기반하며, 인덱스펀드 운용을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파생상품을 활용한 선·현물 차익거래 경험을 펀드 운용에 활용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장외파생팀과 미래에셋증권 상품운용팀, 멀티에셋자산운용 패시브운용팀을 거쳐 2018년부터 지금의 자리를 이어오고 있다.
◇삼성그룹주 펀드는 이렇게 탄생 = 최 본부장은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삼성그룹주를 위주로 투자하는 ‘삼성그룹코어알파 증권투자신탁’ 상품을 선보였다.
그는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꾸준히 이어졌고, 실제로 삼성전자를 활용한 몇몇 펀드들이 시장에 출시됐다”며 “이런 투자자들의 수요를 고려해 삼성전자를 활용한 펀드상품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출시된 펀드들이 대부분 고정비율로 삼성전자를 편입해 보유하지만, 이런 펀드들과의 차별성을 위해 삼성전자 비중조절 모델을 가미했다”며 “삼성전자 이외의 삼성그룹주들도 각 업종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종목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삼성 주요 계열사까지 활용한 삼성그룹주 펀드를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삼성그룹주를 위주로 운용되지만 완전히 자동화된 매매는 아니다.
최 본부장은 “삼성전자의 상승추세, 하락추세를 판단해 그에 따른 목표비중을 설정함으로써 삼성전자의 비중을 탄력적으로 가져간다”며 “이를 통해 상승국면에서는 초과성과를 창출하고, 하락국면에서는 방어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정량적·정성적 리서치를 통해 종목 편출입을 한다는 점도 완전히 패시브로 운용되는 펀드와 차이점이다. 즉 지배구조 수혜가 예상되거나, 고배당, 고성장, 저평가 종목 등을 감안해 삼성그룹주 내에서 투자대상을 선정하고 있다.
◇증시 조정에도 수익 기대 = 국내 증시는 지난해 3월 1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세계 범유행 폭락 이후 전례 없는 상승을 이어왔다. 개인투자자들의 폭발적 증가로 박스피(코스피와 박스권의 합성어)의 오명을 벗어 코스피 3000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최근 가파른 상승 피로감으로 조정장에 돌입했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 때에도 삼성그룹주 위주로 수익을 낼 수 있는지 묻자 최 본부장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는 “최근 주식시장은 금리 인상 이슈로 인해 숨 가쁘게 올랐던 시장이 한숨을 돌리고 쉬어가는 듯한 느낌”이라며 “연초 이후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반도체 공급 부족 이슈 및 슈퍼 싸이클 도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간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지수는 지지부진한 흐름에서 업종별로 순환매가 일어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긍정적인 반도체 업황 전망에도 최근 가격조정을 받은 삼성전자에 유리한 상황이 올 수 있고, 삼성그룹주 내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I와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종목들이 업종별로 잘 분산돼 있어서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퀀트 운용의 매력 = 퀀트운용이란 수치화할 수 있는 종목들의 특징(예를 들면 수익률)을 가지고 종목 간의 우선순위를 정한 후 그에 따라 매수할 종목군과 매도할 종목군을 선택해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만약 지난 한 달간 많이 오른 종목들이 앞으로도 많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된다면, 투자유니버스 종목들을 최근 한 달 수익률을 기준으로 높은 순서대로 나열한 후 상위 그룹을 매수하고, 하위 그룹을 매도하는 식이다.
최 본부장이 퀀트운용의 전문가가 된 것은 프로그래밍에 관한 관심에서 비롯됐다.
그는 “어릴 적부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아서 독학으로 꾸준히 프로그래밍 실력을 쌓아왔다”며 “독학으로 익힌 프로그래밍치고는 실력이 나쁘지 않아 한때 증권사 프랍 트레이딩(금융회사 자기계정거래) 부서에서 자동매매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공을 경제학으로 선택했는데 학부 때는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중 우연히 금융공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최 본부장은 “경제학 전공 베이스에 프로그래밍 실력이 받쳐준다면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해 금융공학을 공부하고, 퀀트운용 쪽으로 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투자 필승법은 없다 = 최근 많은 이들이 전문가들은 어떤 투자철학이 있는 지 궁금해하고 있다고 하자, “투자 필승법은 따로 없다”고 답했다.
최 본부장은 “일반적으로 퀀트 전략을 개발할 때도 시뮬레이션상 승률이 60%만 넘어가도 우수한 전략이라고 평가할 만큼 절대적인 필승 전략은 없다”며 “다만 전략을 세울 때나 실제로 전략을 운용에 적용할 때 항상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원칙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항상 고민하고, 감내할 수 있는 손실 내에서 투자비중을 결정한다는 것”이라며 “사전에 전략별 최대 손실한도를 정해놓고, 손실한도에 다다르면 포지션을 청산해 추가 손실을 막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투자의 마음가짐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겸손한 자세다.
최 본부장은 “최근에 주변에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지난해와 올해에 처음으로 주식에 투자한 초보 투자자의 경우에도 수익을 많이 거두었을 확률이 높다”며 “물론 초보투자자의 경우에도 투자실력이 뛰어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시장 상황이 좋아서 수익을 거두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 상황이 좋아 수익을 거둔 것을 자신의 투자실력이 뛰어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오판하게 된다면 무리한 투자로 이어지고, 위험관리에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항상 수익은 시장이 만들어준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투자를 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