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9일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국내 주요 증권사에 발송하면서 IPO추진을 공식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안서는 오는 23일까지 접수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플랜트 건설과 인프라 개발 등을 주력으로 하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다. 현대건설의 자회사로 1974년 설립됐다. 이후 한라엔지니어링과 현대중공업 엔지니어링센터 등을 흡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1999년 현대건설에 합병됐다가 2년 뒤 다시 분사했고, 2014년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하며 플랜트, 건축, 인프라 사업 전문 회사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매출은 7조1884억 원, 영업이익은 2587억 원이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최근 주가는 138만5000원, 총발행주식은 지난해 11월21일 기준 759만5341주다. 단순 계산만으로 시가총액은 10조5195억 원에 달한다. 90만 원 선에서 움직이던 장외가는 IPO 소식이 알려지자 단기간에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상장시에도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를 10조 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으로 연결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하면 정 회장은 1조 원대 ‘실탄’을 확보할 수 있는데 이는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꼭 필요한 자금이 될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이 지분 38.6%를 가진 대주주고 정의선 회장이 11.7%로 2대 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11.7%), 기아차(9.4%), 현대모비스 9.4%, 정몽구 명예회장 4.7% 등 계열사 및 특수관계인이 전체 지분의 약 90%를 갖고 있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이 바로 지배구조 개편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지만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등의 반대 등으로 철회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하더라도 3년 전과 크게 방향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만큼 시간을 두고 추진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증시 전문가들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에도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회사에서 생각하는 수준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할 경우 상장철회 △기업가치 상향을 위해 미래성장성이 기대되는 기업 및 사업부 합병 등 비전 및 중장기 사업 전략 제시 △시장에서 건설 업종에 해당하는 기업가치수준으로 상장 등이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어떤 전략으로 시장에 진입할지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리고 있고, 상향된 적정 기업가치에 맞는 시장의 관심과 수급이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건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의 대주주며, 올해 하반기부터 의미있는 실적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자회사 상장이 투자 심리개선에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대엔지니어링이 8~10조 원의 기업가치로 부각될 경우 ‘삼성엔지니어링’의 재평가도 가능하다”면서 “현재 매우 저평가 되어 있는 상황이고 때맞춰 최근 사우디에서 수주 소식도 들려왔고, 추가 수주 파이프라인도 탄탄하게 보유중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