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말 한미정상회담 앞둔 한국도 중국 견제 동참 압박 거세질 듯
1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번 미일 정상회담은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미국의 중국 견제에 어디까지 공조할 의지가 있는지 그 각오를 묻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이를 방증하는 것이 공동성명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후 발표된 성명에는 “양국은 중국의 행동이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 평화 및 번영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다”며 “국제법에 기반을 둔 질서와 부합하지 않는 중국의 활동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고 명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대만’에 관해 기술한 점이다. 성명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미일 정상회담 성명에서 대만이 언급된 것은 1969년 이후 52년 만에 처음이다. 일본은 1972년, 미국은 1979년 각각 대만과 단교하며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중국이 외교부를 통해 이번 양국 공동 성명이 “국제 관계를 관장하는 기본 규범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거세게 비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은 그간 안보 문제가 경제 이슈로 번지는 것을 꺼렸지만, 미국의 압박에 결국 공동성명에 대만을 언급하는 것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진행된 진행된 미일 외무·국방 장관 회담 성명에서만 ‘대만’을 명기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마저 미·일 정상회담 전인 14일 “일본은 중국에 대적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스가 정부를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이에 대해 닛케이는 “일본에 대해 더는 미·중 양국에서 모호한 태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미국 측의 단호함과 절박함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심지어 대만 기업들도 이런 상황을 달갑지 않게 보고 있다. 대만이 자국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미국 정계의 중국을 비판하는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대만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는 16일 발표한 연례 실적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 간 마찰이 고조되는 등 무역 긴장으로 주요 반도체 생산장비에 대한 접근이 차단돼 회사 운영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TSMC는 새 생산과 개발 거점을 각각 미국 애리조나주와 일본 이바라키현에 두기로 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 분산에 나섰다.
5월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한국 정부와 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도 대만과 함께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핵심 국가로 꼽히고 있어 ‘중국 견제에 어디까지 공조에 나설지’에 대한 질문의 답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 문제 등을 이유로 한국에 더 큰 압박을 줄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터 등 첨단기술이 전제주의가 아닌 민주주의 기준으로 관리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해 전통적인 안보 영역을 넘어 경제 전반에 걸쳐 중국과 대결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