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 대비 71% 급증
작년 11월 허리케인 잇따라 중미 강타…이재민 730만 명 달해
18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3월 남쪽 국경을 넘어 미국 입국을 시도한 사람이 17만2000여 명으로 전월보다 71% 급증했다. 2019년 3월에 비해서는 34% 늘었다.
한 달 새 난민이 급격히 늘어난 배경으로 기상이변에 따른 재해가 지목된다. 지난해 11월 허리케인 ‘에타’와 ‘이오타’가 잇따라 중미를 강타하면서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니카라과에 걸쳐 폭우, 홍수, 산사태,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유엔 조사 결과 이들 나라에서 허리케인으로 인한 이재민은 약 730만 명에 달했다.
지역 주민 삶의 터전이 완전히 파괴되면서 식량 불안정과 폭력, 빈곤 등 악순환을 낳으면서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 국경을 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후변화가 난민 문제를 악화시키는 주범이 돼 가고 있는 셈이다.
앤드루 하퍼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기후변화 특별 고문은 “기후변화가 수십 년 간 내재된 취약성과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면서 “사람들에게는 떠나는 것 말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기후변화가 난민 문제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가뭄처럼 해묵은 자연재해에 허리케인 같은 갑작스러운 재앙이 덮치면서 불안정성이 가중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CNBC는 실제 난민 서류 가운데 최소 3분의 1은 기후문제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급증하는 난민 문제를 해결하라는 미국 내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현재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난민 대부분은 공중보건 위협을 이유로 추방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난민 수용 인원을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정한 1만5000명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가 거센 여론의 질타에 전날 결정을 철회했다.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도 난민을 더 받아들이는 것은 꺼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기후변화 이슈를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난민 문제도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이에 기후변화 대응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러 블라젯 베르메오 듀크 대학 공공정책 및 정치공학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여파가 계속될수록 더 많은 난민 물결을 보게 될 것”이라면서 “국가들의 적극적인 행동이 중요하다. 특히 중미처럼 취약한 국가들이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재앙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