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간 개인투자자 신규계좌를 유치하기 위한 혜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계좌 개설 시 곧바로 현금을 지급하거나 주식 1주, 암호화폐를 지급하는 등 물량 공세를 퍼붓고 있다. 브로커리지 수익이 주요 먹거리로 자리 잡으면서 타사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제로섬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이달까지 주식계좌 최초 신규개설 시 코스피200 주식 중 무작위로 1주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토스증권, 신한금융투자 등도 가세해 국내기업 1주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토스증권은 주식선물 마케팅으로 서비스 시작 한 달 만에 신규계좌가 200만 개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디지털 자산 선호도가 높은 MZ세대를 겨냥해 암호화폐도 지급한다. 유진투자증권은 신규 계좌 개설 시 최대 현금 5만 원 지원에 이어 암호화폐 클레이를 주고 있다. 클레이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계열사 그라운드X가 개발한 암호화폐다.
현금 지급, 국내 주식 우대 수수료 적용은 기본이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은 신규 계좌 개설 고객에게 현금 4만 원을 제공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도 현금 1만 원 지급에 이어 다양한 상품을 내걸었다. 교보증권도 교보문고 1만 원 교환권 지급한다.
‘서학개미’ 열풍이 불면서 해외주식 투자자를 확보하려는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해외주식 첫 고객에게 최대 100달러의 투자지원금을 제공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오는 6월까지 해외주식 최초신청 고객에 한해 월 1000만 원 이상 거래 시 현금 3만 원을, 미래에셋대대우는 GS모바일 5만 원 상품권을 내걸었다. 하나금융투자는 CME 그룹 거래소 해외선물 상품을 거래하면 상품 교환이 가능는 포인트를 주고 있다.
타사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자사 계좌로 주식을 옮기고 거래를 시작하면 순거래대금에 따라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타사 계좌에서 해외주식을 옮길 경우, 최대 150만 원까지 거래 축하금을 제공한다.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고객 유치에도 불이 붙었다. ISA는 하나의 계좌로 예·적금, 상장지수펀드(ETF),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지난 2월부터 증권사는 기존 ‘중개형’ 상품을 설정·판매할 수 있게 됐다. 하나금융투자는 ISA 계좌 개설 후 1만 원 입금 시 선착순 5000명에 한해 GS25 5000원 모바일 쿠폰을 제공한다. 한국투자증권은 평생 주식거래 수수료 우대 혜택, 순입금 금액에 따른 모바일 상품권 등을 증정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도 순매수금액 구간에 따른 모바일 문화상품권, 커피 쿠폰 등을 제공한다. NH투자증권은 세전 연 14% 특판 PR를 제공한다.
증권사 간 고객 유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이유는 ‘동학개미 운동’으로 개인투자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브로커리지 이자수익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기준 국내 주식 거래 활동 계좌 수는 처음으로 4000만 개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거래대금도 매 분기 증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주식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33조3000억 원 수준으로, 지난해 4분기 대비 21% 증가했다. 해외주식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1분기 약정대금은 1285억 달러(한화 142조8000억 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8% 증가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거래융자 위주로 대출이 만성적인 초과수요 상태로, 브로커리지 관련 이자 수익도 지난 분기 대비 10%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증시 등락과 무관하게 증권사 내부한도가 점진적으로 확대되면서 2분기에도 단계적 증가세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