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논문 수, 美 1/10 수준…'글로벌 100대 스타트업'에 국내 기업 한 곳도 없어
선진국에 뒤처진 국내 인공지능(AI) 기술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데이터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AI 분야의 현황과 과제를 분석한 결과 한국 산업의 투자와 특허, 핵심인재 수 등이 선진국보다 뒤처진 상황이라고 22일 밝혔다.
특히, 데이터 활용을 제약하는 개별법 정비와 핵심 인력을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전경련 측은 강조했다.
AI 세계시장 규모는 2018년 735억 달러에서 2025년 8985억 달러로 연평균 43%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로봇산업(18.5%)보다도 두 배 이상 높은 성장률이다.
우리 정부는 2018년 AI 연구ㆍ개발(R&D) 전략, 2019년 인공지능 국가전략 등을 발표하며 비전과 과제를 제시해왔다.
그런데도 국내 상황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전경련 측은 지적했다.
한국은 높은 교육 수준, 최고의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 등에 강점이 있지만, AI 분야에서 미국, 중국 등 선진국과의 격차는 여전하다.
한국의 AI 논문 수는 세계 9위지만 1위인 미국(7만199건)의 10분의 1 수준이다. 질적 지표인 논문 편당 인용 수는 전체 91개국 중 31위다.
특허 수를 바탕으로 AI 기술 100대 기업(연구기관)을 분석한 결과 한국 국적의 연구기관은 미국(44곳)의 11분의 1 수준인 4곳(삼성, LG, 현대자동차, 전자통신연구원)뿐이다.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석ㆍ박사 이상급 연구자 숫자도 미국의 3.9% 수준인 405명이다.
이런 격차는 고스란히 AI 기술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AI 경쟁력은 미국의 80.9% 수준이다. 1.8년의 기술격차가 수년째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은 국가 차원의 투자와 지원정책으로 2016년 미국 대비 71.8%의 기술 수준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2020년 85.8%까지 높였다.
AI 분야는 미래 먹거리로서 많은 스타트업들이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 insights에 따르면 글로벌 유니콘 650개 기업 중에 AI 관련 기업은 50개다. 1위 기업은 틱톡으로 알려진 중국의 바이트댄스(Bytedance)이다.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 수 기준으로는 미국이 65개, 영국 8개, 중국 6개인 데 비해 한국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주요국은 데이터 등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국가 전략을 세워 재정 지원,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미국은 민간투자 중심으로 AI 응용 산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9년부터 오픈 데이터 정책 등 빅데이터 활용을 추진했다. 데이터 활용이 쉬운 규제 환경으로 연구와 산업에의 활용이 가능하다.
중국은 공공 주도의 대규모 투자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광범위한 개인정보 수집ㆍ활용을 허용해 2015년부터 빅데이터 산업을 육성했다.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국은 우수 인재 확보에 적극적이다.
AI 관련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특별비자 발급을 늘리고 정착이 원활하도록 이민 규칙을 변경하는 등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NHS Digital 설립 등 의료 정보 등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일본은 2017년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 개인 데이터의 사후 동의철회 방식을 도입하는 등 우호적인 데이터 인프라 환경을 마련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2020년 데이터 3법을 개정하긴 했지만, 여전히 의료법 등 개별법에서 개인정보에 대한 별도 동의가 필요하거나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AI 관련 우수 인재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지만, 인재 육성을 위한 비자나 학과 신설 등 제도 개선에는 미온적이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AI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활용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업종별로 데이터 활용을 차등해 활용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하고 의료법 등 관계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라며 “집중적인 재정 지원과 함께, 비자 요건 완화, 학과 정원규제 유연화 등 핵심 인재를 위한 제도를 정비하는 것 또한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