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가 도심 미관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한 우림교 교량 시설 조성 공사가 때아닌 왜색 논란에 휩싸였다. 목재 사용 방식과 건축 형태 등이 일본 전통 양식과 닮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어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21일 전주시 등에 따르면 삼천을 가로지르는 우림교는 효자동과 효천지구를 잇는 90m 규모의 다리다. 만든 지 30년이 훌쩍 지나 미관상 개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2019년부터 경관시설 설치가 추진됐다.
공사는 시비 등 사업비 8억 원을 들여 지난해 연말까지 진행됐다. 나무 지붕을 씌우고 다리 양옆에도 창살을 닮은 목재와 금속 구조물을 이었다. 야간에도 통행할 수 있도록 일정 거리마다 경관 조명을 매달았다.
공사를 추진한 완산구는 경관시설 설치로 새로운 랜드마크 조성은 물론이고, 우천 시 비 가림 효과까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개통 이후 이러한 기대는 무너졌다. SNS 등을 통해 우림교가 일본 양식을 본뜬 것 같다는 반응이 속속 올라온 것.
SNS에 글을 올린 작성자들은 일본 신사의 회랑 등을 예로 들며 '왜 일본 것을 따라 한 지 모르겠다', '아무리 봐도 전통 양식은 아니다', '공사 업체가 일본인가?' 등의 의견을 냈다.
전문가도 왜색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는 형태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남해경 전북대 한옥기술종합센터장은 "전통 한옥은 (우림교처럼) 처마 끝을 인위적으로 심하게 구부리지는 않는다"며 "일본식이라고 단정하지는 않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전통 양식보다는 그쪽에 가까운 게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사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참고했는지 모르겠으나 결과물이 그렇게 나왔다면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며 "계속 저렇게 놔둔다면 논란은 이어질 게 뻔하다"고 조언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조선 건축의 결구는 천두식이고, 일본은 대량식(擡梁式)으로 대표된다"며 "쉽게 말해 조선은 견고하게 나무를 짜 맞추는 방식으로 건축물을 지었지만, 일본은 비교적 얇은 선을 바탕으로 공간을 더 중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마디로 잘 본뜬 왜식 구조 다리를 전통문화로 대표되는 전주에 지어놓은 것"이라며 "이보다 황당한 일이 어디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가뜩이나 일본 정부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배출 결정으로 반일 감정이 고조된 상황에서 불거진 왜색 논란에 완산구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완산구 관계자는 "공사 전에 경복궁의 회랑을 참고했는데 예산상 문제로 전통 한옥 형태로 만들지는 못했다"며 "가용 예산 범위에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추구해 경관시설을 설치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추후 다리 주변에 꽃을 매달거나 전시물을 게시하는 방법으로 경관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왜색 논란은) 시각의 차이 정도로 봐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