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빅토리아주 정부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관련한 협정을 파기한 가운데 중국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호주 주재 중국 대사관은 21일(현지시간) 이메일 성명에서 “호주의 불합리하고 도발적인 조치에 단호히 반대한다”라면서 “이는 호주 정부가 양국 관계 개선에 진정성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양국 관계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며 호주 자신에도 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일대일로 사업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역점 사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호주의 결정에 대해 대사관 차원을 넘어 중앙정부가 직접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첸훙 화둥사범대 교수는 22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호주가 기본적으로 무역과 투자와 관련해 중국에 일격을 가했다”면서 “중국 정부는 당연히 그게 맞게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찰스스터트대학의 클리브 해밀턴 교수도 “일대일로는 중국이 자신의 영향력을 전 세계로 확장하려는 전략적 도구”라면서 “이에 베이징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마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은 이날 빅토리아주 정부가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체결한 양해각서(MOU)와 기본 협정 등 2건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취소 배경과 관련해 “호주의 외교 정책에 맞지 않고 외교 관계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호주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빅토리아주는 2018년 10월 중국과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한다는 MOU를 맺었다.
호주 연방 정부가 주 정부가 외국과 체결한 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주 연방 의회는 지난해 12월 호주 8개 주, 지방정부, 대학 등이 해외 정부와 서명한 협정을 일방적으로 중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당시에도 이 법안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호주와 중국의 관계는 호주가 중국 측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한 독자적인 조사를 요청했다가 급격히 악화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후 중국은 호주로의 석탄 수송을 차단했으며 호주산 보리와 포도주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는 등 다양한 무역 보복 조치를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