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위원장은 22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가상화폐 투자자에 대한 정부의 보호가 미흡하다’라는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대해 “주식시장과 자본시장은 투자자를 보호하는데 가상화폐 (투자에) 들어간 분들까지 투자자 보호라는 측면에선 생각이 다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림을 사고파는 것까지 보호할 대상인지에 대해선 생각이 다르다”면서 “인정할 수 없는 화폐고 가상자산이기에 (제도권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규제 공식화가 자칫 투기를 더 조장하거나 기존 질서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가상화폐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면 공식 투자 자산으로 인식돼 투기 과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 위원장에 따르면 가상화폐는 그림처럼 ‘물건’과 같고 이를 거래하는 것에 대해서 정부가 나서서 보호할 필요는 없다. 동시에 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가상화폐에 대해 ‘투기성이 강한 내재 가치가 없는 가상자산’이라는 한국은행 총재의 시각을 공유했다. 사실상 가상화폐의 ‘자산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은 위원장은 가상화폐의 거래대금이 방대한 것이 투자자 보호의 이유라고 보지 않았다. 오히려 가상화폐를 보호한다는 입장을 내세우는 것이 투기를 부추기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은 위원장이 가상화폐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오는 9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시행으로 다수의 가상화폐 거래소가 문을 닫을 전망이다. 특금법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는 반드시 은행에서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 계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의 대부분은 법인의 은행 계좌로 입출금을 하고 있다. 시중 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해 ‘수수료 이익’ 조금 보려고 실명계좌를 터주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을 거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시중 은행들과 실명계좌를 개설해서 영업하는 곳은 업비트(케이뱅크), 빗썸과 코인원(NH농협은행), 코빗(신한은행) 등 4곳뿐이다. 이곳에서도 실명계좌를 발급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특히 금융당국 수장의 입에서 가상화폐를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금융사들이 이를 두고 더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는 100여 곳 정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등록한 거래소가 없는 측면을 고려하면 90% 이상의 가상화폐 거래소가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은 위원장은 “국민이 많이 투자하고 관심을 갖는다고 (투자자를) 보호해야 된다고 생각은 안한다”며 “가상화폐 거래소가 200개가 있지만 다 폐쇄될 수 있다”며 “9월달 돼 갑자기 폐쇄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