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종교의 전형적인 사기 수법인 ‘가스라이팅’이 일상에까지 파고들고 있다.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24일 방영된 ‘세 자매와 그 분의 비밀’ 편에서 평범한 한 가족을 파탄으로 몰고 간 가스라이팅 사건을 파헤쳤다.
이 사건은 작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년 7월 경기도 안양 동안구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60대 여성 A 씨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A 씨는 이미 맥박과 호흡이 없는 상태였는데, 그의 몸에서 수상한 흔적들이 발견됐다. 온몸이 장기적으로 매질을 당한 듯 심한 피멍으로 뒤덮여있었던 것이다. 부검 결과, A 씨는 내부 출혈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경찰 조사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세 딸이 모친의 30년 지기로부터 “엄마를 혼내줘라”라는 사주를 받고 지속적으로 무자비하게 모친을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당초 이 사건은 모친이 빚 갚을 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큰 딸의 주도로 세 자매가 엄마를 때려 죽인 패륜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조사가 이어지면서 그 사건의 배후에는 ‘그분’을 빙자한 모친의 30년 지기 B 씨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B 씨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A 씨의 딸들을 조종했다. 한 상가 건물에서 각각 슈퍼마켓과 문구점을 운영하던 A 씨 부부와 B 씨. A 씨가 남편과의 불화로 B 씨를 의지하면서 둘은 매우 가까워졌고, A 씨의 딸들도 그런 엄마를 보고 B 씨를 신뢰하게 됐다. B 씨는 이런 점을 교묘하게 이용해 이 가족을 좌지우지하게 됐다는 것이 ‘그것이 알고 싶다’의 취재 결과다.
B 씨는 먼저, A 씨 남편을 가족에게서 떼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A 씨 주도로 세 자매가 아버지를 폭행했고, 이를 견디다 못한 아버지는 집을 나가 따로 살다가 수년 전 세상을 떠났다. 이후 B 씨는 세 딸들이 정치인 집안, 재벌가에 시집을 갈 수 있는데, 엄마가 기를 꺾고 있다며 A 씨와 딸들 사이를 이간질했다. 지속적으로 A 씨를 혼내주라고 꼬드긴 것. 이에 세 자매는 큰 딸이 운영하는 카페의 카메라 사각지대에 엄마를 몰아넣고 밀가루 방망이 등으로 폭행, 결국 A 씨는 세상을 떠나기에 이르렀다.
세 자매는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B 씨는 범행을 사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B 씨와 세 자매 사이에 지시·복종 관계가 형성된 상태에서 이번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이른 바 ‘가스라이팅’이다. 가스라이팅은 상대방의 심리를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판단력을 잃게 만들고, 이로써 타인을 통제하는 행위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B 씨의 수법이 전형적인 사이비 교주와 같다고 입을 모은다. 본인 대신 ‘그분’이라는 3인칭을 빌려와 마치 절대적 존재가 뒤에 있다는 암시를 줌으로써 조종한다는 것이다. 신체적 사회적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가스라이팅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이다.
결과적으로, B 씨는 A 씨 가족에게서 거액의 금전적 이득을 챙겼다. 세 자매의 아버지가 사망한 무렵, 딸들이 거액을 대출받아 B 씨의 상가를 여러 채 사들이게 한 것이다. B 씨의 상가는 목이 좋지 않아 상업적 가치가 없었는데도 딸들은 시세의 2배 이상을 주고 B 씨로부터 상가를 매입했다.
또 세 자매와 B 씨는 변호사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은 세 자매가 변호사부터 B 씨와 분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