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 명단 제공 놓고 양측 입장 엇갈려
현대오일뱅크와 민주노총 소속 소수노조 간 단체협약 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일부 단체협약 조항은 합의했지만, 노조원 명단 제공 등 주요 쟁점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현대오일뱅크기술사무지회는 20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제기했다고 25일 밝혔다.
지회는 지난해 3월 화섬식품노조에 가입했다. 현대오일뱅크에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처음 깃발을 올린 것이다. 현재 교섭권을 가진 대표노조는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산하 현대오일뱅크노동조합이다.
지회는 회사 측과 지난해 10월 교섭을 시작해 그동안 총 11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지회에 따르면 양측은 일부 단체협약 조항에 합의했지만, 핵심 쟁점을 놓고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한 상태다. 이에 지회는 서울지노위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은 노사 중 어느 한쪽이 조정을 신청할 경우 노동위원회가 바로 조정을 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정 신청이 제기되면 10일 안으로 조정을 마쳐야 한다.
앞서 지회는 사측에 노조 사무실 제공, 생산직과 성과급 차별 지급 금지, 조합활동 시간 보장,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평가제도 마련 등의 안을 제시했다.
사측은 노조원 명단을 제공하면 지회 측 안을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회는 노조 가입과 활동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면서 명단을 줄 수 없다고 맞섰다.
김경수 지회장은 "노조 설립 당시 사측의 조합원들에 대한 우려스러운 행위들이 있어 명단을 줄 수 없었고 조합원수를 통보했다면 협의는 이뤄질 수 있음에도 조합원 명단을 먼저 제출하라는 회사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합리적이지 않고 이해하지 못하는 평가제도로 좌절감을 심어주고, 낙인 찍고, 성과급까지 차별받는 현실을 바꾸지 않을 수가 없었다"며 "기술, 사무직, 생산직까지도 직종 상관없이 회사 내에서 차별받고 정당한 대우를 못 받는 모든 노동자들을 위해 진지를 구축하고 한 걸음씩 내딛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