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3일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에 한해 공매도가 가능해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 폭락장으로 지난해 3월16일부터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지 약 1년 2개월 만이다.
이번 공매도 금지는 조치는 한국 증시 역사상 3번째였고 기간으로는 역대 최장이었다. 공매도 금지 기간에 주식시장이 주요 세계 시장 대비 가장 빠르게 회복했기 때문에 공매도가 재개될 경우 증시가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실적 장세로 진입하는 최근 시장 환경을 볼때 공매도가 재개되더라도 증시 전체를 뒤흔들만한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 영향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금융시장 여건 측면에서 외국인이든 기관이든 적극적으로 공매도할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올해와 내년 기업실적 기대가 커지고 있어 공매도의 득이 실보다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한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도 "1년 2개월 만에 재개되는 공매도지만 현재 시장의 유동성 수준과 기업실적 개선 국면을 고려할 때 주식시장에 시스템적 충격을 줄 수 있는 변수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개별 종목별로는 최근 실적과 주가 흐름에 따라 공매도에 취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 연구원은 "종목별로 가격 변동성을 높일 수 있는 수급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실적 대비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부담스럽고 연초 이후 외국인의 매도가 지속된 종목들은 상대적으로 공매도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식시장에서는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통하는 대차잔고가 증가하는 등 공매도 재개를 준비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지난 23일 기준 대차잔고는 13억4691만 주, 금액 기준으로는 54조335억 원이다.
대차잔고 금액은 지난달 23일의 50조8889억 원 대비 한달새 3조1446억 원이 늘었다. 작년 말 46조5980억 원과 비교하면 7조4356억 원 증가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차잔고가 늘어나는 만큼 공매도 재개 이후 초기 공매도 수요는 다소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하지만 지수가 신고가인 만큼 공매도의 수급적 영향은 분명 예전보다 작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