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완성·철도망 구축 등 개발 호재 여전" 시각도
세종시 종촌동 가재마을 6단지 아파트에선 지난달 전용면적 84㎡형이 4억 원에 매매됐다. 이 아파트 같은 면적이 6억 원에 팔리면서 최고가를 경신했던 지난 연말보다 2억 원이 내려갔다. 이전 소유주가 처분을 서두르다 보니 시세보다 싸게 팔렸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세종시 보람동 호려울마을 8딘지에서도 급매물이 시세를 끌어내렸다. 이 아파트 전용 98㎡형 급매물은 9억1000만 원에 팔렸는데 연초 신고된 같은 면적 최고가 거래(10억2500만 원)와는 1억1500만 원 차이 난다. 보람동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연초부터 양도소득세 문제 때문에 물건이 꾸준히 나왔다"고 말했다.
급등세를 탔던 세종시 부동산 시장이 조정을 겪고 있다. 6월부터 시행되는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고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정리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양도세 유예 기한이 지나면 집값이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올 들어 세종시에선 아파트 매물이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6일 기준 세종시 아파트 매물은 석 달 만에 3402건에서 3838건까지 늘었다. 여당이 던진 행정수도 완성론으로 아파트값 상승세에 불이 붙으면서 매물이 씨가 말랐던 지난해와 딴판이다. 청와대·국회 이전 기대감이 정점이던 지난 8~9월엔 세종 전체에서 매물이 2300건도 안 됐다.
매물이 늘면서 집값 상승세도 진정되고 있다. KB국민은행 조사에서 지난해만 해도 세종시 아파트값 상승률은 한 달에 7~8%에도 육박했지만 지난달엔 1% 아래(0.7%)로 떨어졌다.
세종시 주택시장 분위기가 바뀐 건 가격 급등 피로감에다 세제 압박이 겹친 탓이다. 올해 6월부터 세종 등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처분하면 기본세율(6~42%)에서 2주택자는 20%포인트(P),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P씩 양도세 세율이 중과된다. 세금 부담을 줄이려는 다주택자라면 주택 매도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부동산시장에선 외지인 매수가 많았던 세종에선 다주택자가 가진 주택 비중이 다른 지역보다 클 것으로 예상한다. 바꿔 말하면 양도세 중과 압박이 다른 지역보다 강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16~2020년 외지인이 산 세종 아파트는 1만5176가구에 이른다. 전체 매매량(3만823가구)의 절반에 육박한다.
절세 매물은 느는데 거래는 어려워졌다. 세종시 소담동 S공인 관계자는 "매물은 연초부터 꾸준히 쌓이고 있는데 거래는 잘 안 된다"며 "얼마 전보다 매수세가 조금 늘긴 했으나 가격이 저렴하거나 입지가 좋은 곳만 소화되는 실정"이라고 했다.
시장에선 올 6월이 세종시 집값 방향을 가를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본다.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면 그간 가격 상승의 발목을 잡던 절세용 급매물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장기 보유 다주택자를 양도세 중과에서 배제해 줬던 5월까지만 해도 아파트값이 하락했으나 6월부터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세종에선 행정수도 완성론과 대전~세종~충북 광역철도 구축 등 개발 호재도 여전하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세종에선 단기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있는 데다 고강도 규제도 받고 있어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행정수도 완성, 철도망 구축 등 개발 호재가 있는 만큼 이런 호재가 얼마나 반영되느냐에 따라 집값 흐름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