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 하면 제기되는 레시피 도용 의혹.
위 사례 외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던 직원이 일하던 곳의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해 식당을 차리거나, 흑당처럼 한번 유행하면 너도나도 음식을 따라내는 등 음식 조리법은 유독 표절 논란에 자주 휘말린다. 법적으로 조리법을 개발한 제작자의 권리를 규정하는 마땅한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음악이나 영화 등 다른 창작물처럼 공표 이후 저작권 등록도 하지 않기 때문에 첫 창작자를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현행 저작권법은 음식 조리법을 창작물의 결과가 아니라 창작 전 단계인 ‘아이디어’로 본다. 저작권으로 보호받는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하는데, 현행 저작권법은 재료를 볶고 끓이는 조리 과정 자체를 창작으로 보지 않는다.
해외에서도 조리법을 저작권법 아래 보호하지 않는다. 유럽의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2018년 11월 음식 맛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조리법을 계량화해 특허를 받을 수는 있지만, 심사 과정 자체가 까다롭다. 특허 출원 비용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과정도 복잡하다. 조리법은 특허 출원 시 기존 음식과 다른 진보성과 신규성을 인정받기 쉽지 않다. 게다가 특허 출원을 하면 조리법을 공개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영업 비밀을 세상에 공개하는 셈이다.
조리법 표절을 막기 위해서는 개발한 음식을 '상표'로 만들어 보호하는 것이 최선이다. 개발한 음식을 표현하는 상호 이름과 로고 디자인을 상표로 만들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상표권은 선출원주의가 적용되므로 사업 사업 시작 단계부터 상표 등록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허청 상표디자인심사국 목성호 국장은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서는 사업 시작단계부터 상표등록을 함으로써 불필요한 분쟁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리법 자체를 영업 비밀로 규정해 부정경쟁방지법 아래 보호받는 방법도 있다. ‘부정경쟁방지법’(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은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규제한다.
특히 지난 21일부터 시행된 개정안에 의하면 거래 과정에서 제공된 아이디어를 무단 사용해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해야 한다. 다만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소송을 건다 해도 조리법을 베낀 사실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가게 직원 등 조리법을 알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영업비밀 유지 서약서를 받아 다른 가게에서 활용하지 못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