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옛 통합진보당(통진당) 해산 결정에 따라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을 박탈한 처분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반면 통진당 소속 지방의원들은 헌재가 의원직 상실을 선고하지 않았고 국회의원과 역할이 다르다는 이유로 정당이 해산해도 의원직이 유지된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9일 옛 통진당 김미희·김재연·오병윤·이상규·이석기 전 의원이 국가를 상대로 낸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는 2016년 4월 항소심 판결 선고 이후 5년 만에 나온 결과다.
대법은 "정당 해산 심판의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충족해 해산 결정을 받은 위헌적인 정당을 국민의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하는 것은 민주적 기본 질서를 수호하고자 하는 정당 해산 심판 제도의 본질에 내재된 법적 효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해 해산된 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그 직을 유지한다면 실질적으로 정당이 계속 존속해 활동하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 "이라며 "위헌적인 정당을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 과정에서 배제하기 위해서는 소속 국회의원의 직위를 상실시키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해서는 "이미 내란선동죄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판결이 확정돼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며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2014년 12월 헌재가 통진당 해산 결정을 하면서 법적 근거 없이 통진당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상실까지 함께 결정한 것은 부당하다며 2015년 1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은) 헌법의 해석과 적용에 최종 권한을 갖는 헌재가 내린 결정이므로 법원이 이를 다투거나 다시 심리·판단할 수 없다"며 소송을 각하했다. 2심은 법원이 국회의원직 상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위헌 정당 해산 결정의 효과로 당연히 의원직을 상실하는 게 맞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 관계자는 "위헌 정당 해산 결정에 따른 효과로 위헌 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는지에 대한 일반 법리를 처음으로 판시했다"고 밝혔다.
반면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이날 통진당 이현숙 전 전북도의회 의원의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지방의원직을 유지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은 "지방의원은 국회의원과 역할, 헌법·법률상 지위 등에 있어 본질적인 차이가 있고, 지방의원직 상실이 헌재의 정당 해산 결정 취지에서 곧바로 도출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헌재의 정당 해산 결정을 근거로 통진당 비례대표 지방의원들의 의원직 박탈도 통보했다. 이 전 의원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당시 헌재가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은 박탈하도록 했지만, 지방의회 의원직의 상실 여부에 관해서는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2심은 관련 법령상 비례대표 지방의원이 자의가 아닌 타의로 당적을 이탈하거나 변경하게 되면 그 직은 보장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로 당시 이 전 의원은 무소속 신분으로 도의회에 등원했다.
이번 소송은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의혹 사건에도 등장했다. 법원행정처가 대법원과 경쟁해 온 헌재를 견제하기 위해 '각하' 판결이 나오지 않도록 재판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은 이 같은 혐의가 인정돼 지난달 열린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