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관련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다음 주 일부 공장의 휴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차량용 반도체 재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반도체가 필요한 사양들을 빼는 대신 가격을 인하해 주는 ‘마이너스 옵션’까지 내놓고 있다. K8의 경우 노블레스 이상 트림에 기본 적용되는 후방주차 충돌 방지 보조와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을 제외할 경우 원래 가격에서 40만 원을 인하하는 방식이다.
카니발도 노블레스 이상 트림에 기본 적용되는 ‘스마트 파워 테일게이트’ 기능을 제외할 시 40만 원을 할인해 준다. 또한 스마트키는 스마트 파워슬라이딩 도어 기능을 빼고 일단 지급한 뒤 6월 이후 교체해 준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반도체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업계에서는 올해를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전동화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려던 현대차그룹의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존 모델의 옵션까지 빼는 상황에서 내연기관차보다 반도체가 2~3배 더 많이 필요한 전기차를 계획대로 출시한다고 해도 원활한 생산이 어렵다는 전망에서다.
현대차가 지난달 19일 공식 출시한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도 반도체 부족과 구동모터 수급 차질로 생산이 정체되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한다면 올해 하반기 출시가 예정된 제네시스 브랜드의 전용 전기차 JW(프로젝트명), 기아의 EV6 양산에 영향을 받게 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는 ‘움직이는 가전제품’이기 때문에 차량용 반도체가 굉장히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미래차 전환기이기 때문에 차량용 반도체의 내재화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업계는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70~80%에 달하는 현대차와 기아가 이번 달을 차량용 반도체 수급의 ‘보릿고개’가 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어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3월부터 국내 완성차 업계의 감산이 시작되면서 부품업계의 최근 납품량은 이미 기존보다 10~20% 줄었다.
1~3차 협력업체의 절반가량이 이미 감산에 돌입했으며, 일부 부품사는 3일만 근무하고 이틀은 휴업하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작년 3분기까지 부품업체 중 적자 기업은 21개에서 35개로 증가했고, 전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1%대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