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65)와 아내 멜린다 게이츠(56)가 3일(현지시간) 이혼을 발표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온 세상의 빈자와 병자는 구했지만, 정작 자신들이 함께하는 황혼은 지키지 못했군요!)
온 세계가 이들 부부의 어마어마한 재산의 향방에 관심을 갖습니다. 이 부부는 27년 전 결혼하면서 ‘혼전 계약서’는 쓰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이)혼전 계약서’를 만들었다네요. 이혼 전 계약서에는 자산 분할 방법에 합의한 내용이 담겼다고 합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게이츠의 자산 총액은 1240억 달러(약 140조 원)로, 세계 4위 부호입니다. 1970년 공동으로 설립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회사가 됐고, 게이츠 부부는 미국 워싱턴, 플로리다, 와이오밍 각주에 수백만 달러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주요 거처인 워싱턴주 미디어의 호숫가에 있는 저택의 자산 가치는 1억27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430억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미국 여러 언론이 입수한 재판 자료에 따르면 빌과 멜린다는 3일 시애틀 법원에 이혼 소송의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부부는 서로 “이 결혼은 복구 불가능한 수준까지 망가져 버렸다”, “우리의 결혼을 해소하도록 법원에 신청한다”고 했습니다. 소장에서 부부는 자신들의 자산이나 사업은 “이별 계약에 정한대로 분할될 것”이라며 법원의 중재를 요구했습니다. 또 서로 "생활비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각각 3명씩 변호사를 선정했다는데요. 멜린다의 변호사 중 한 명인 로버트 코헨 변호사는 과거 이바나 트럼프, 마이클 블룸버그, 크리스 록 등 유명 인사의 이혼을 도맡아온 이혼 전문 변호사라고 합니다. (이것만 봐도 게이츠 부부의 이별은 원만한 합의 이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게이츠 부부는 트위터를 통해 “심사숙고하여 서로의 관계에 대해 매우 노력한 끝에 결혼을 끝내기로 했다”고 썼습니다. “지난 27년간 우리는 3명의 멋진 아이들을 기르고 전 세계 사람들이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일하는 재단을 만들어냈다”고 자평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계속 그 사명을 똑같이 믿고, 앞으로도 재단에서 계속 함께 일하겠지만, 인생의 다음 단계에서 더는 부부로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없게 됐다”고 이혼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만일 게이츠 부부가 재산 분할에 대해 합의하지 않았다면, 부부가 거주하는 미국 워싱턴주 법률에 따라야 합니다. 주법에 따르면 결혼 후 모은 재산은 절반씩 나눠야 합니다. 이대로라면 멜린다는 약 650억 달러(약 73조 원)를 받을 수 있지요. 하지만 2년 전 이혼한 아마존닷컴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의 경우, 자산의 25%에 해당하는 약 350억 달러 상당의 아마존 주식 4%를 부인 맥켄지에게 주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게이츠도 베이조스의 전례를 따라 4분의 1 정도의 재산을 분할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게이츠는 한때 "3명의 자녀가 상속할 유산은 1인당 1000만 달러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이혼이 절세 대책”이라는 의혹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게이츠 부부는 2000년 시애틀에 세계 최대 자선단체인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을 세웠습다. 재단은 주로 보건과 교육, 기후변화 대책 등에 거액의 자금을 기부했습니다. 20년 간 전 세계의 말라리아 등 감염병 대책과 농업 연구, 기초 의료 위생 등에 540억 달러를 기부했습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을 계기로 백신 개발 연구 등에 약 17억500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재단의 2019년 자산 총액은 430억 달러가 넘으며, 부부는 1994년부터 2018년까지 사재 360억 달러 이상을 재단에 넣었습니다. 부부는 앞으로도 재단의 활동은 공동으로 추진할 의향입니다.
일각에서는 게이츠 부부의 이혼 소식에 새로운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부부는 백만장자들이 보유 자산의 절반 이상을 생전에 기부하도록 하는 ‘기부서약(Giving Pledge)’을 공동으로 시작했는데, 아직도 자신들의 재산 대부분을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스탠퍼드대학의 롭 리쉬 교수는 트위터에 “자선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부의 이혼은 게이츠재단의 장래, 나아가 자선 활동의 장래에 대해 다양한 의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게이츠재단이 조만간 이혼에 의해 생기는 영향에 대해 어떤 발표를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2019년 베이조스와 이혼한 스콧은 재단을 설립하지 않고, 다양한 자선단체에 수십억 달러를 기부하고 있습니다.
게이츠 부부는 멜린다가 프로덕션 매니저로 MS에 입사한 1987년, 업무 관련 만찬에 나란히 앉은 것을 계기로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빌은 나중에 당시에 대해 미국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에서 “우리는 서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능성은 두 가지 밖에 없었다. 헤어질 것인지, 아니면 결혼할 것인지”라고 고백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7년 연애 끝에 1994년 하와이 라나이섬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불청객이 섬에 오지 못하게 현지 헬리콥터를 모두 임대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