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업무를 마치고 근무지로 돌아가다 중앙선을 침범해 교통사고로 사망한 근로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는 사망한 A 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 씨는 2019년 12월 업무용 트럭을 타고 협력사 교육에 참석한 뒤 근무지로 복귀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하면서 반대편에서 마주 오던 대형 트럭과 충돌해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듬해 3월 '고인이 출장 업무 수행을 마치고 복귀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지만, 중앙선 침범에 따른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범죄 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했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근로자의 고의, 자해 행위나 범죄 행위 등 원인으로 발생한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A 씨의 유족은 유족 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고인의 과실로 발생한 사고라고 해도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업무상 재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근로자가 법 위반 행위를 한 사정만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위반 행위와 업무 관련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범죄 행위는 법문상 고의·자해 행위에 준하는 행위로서 산재보험법과 산재보험수급권 제한 사유의 입법 취지에 따라 해석·적용해야 한다"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범죄 행위에 해당해도 당연히 산재보험법상 범죄 행위에 포함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기관이 사고의 원인으로 추정한 졸음운전이라고 하더라도 업무와 관련 없는 사유라 단정할 수 없다"며 "혈액 감정 결과 음주 사실도 없고, 1992년 운전면허를 취득한 후 교통법규 위반이나 교통사고 경력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 씨의 교통사고에 업무 외적인 관계에서 기인하거나 우연성이 결여된 사유가 있다거나 보험사고 자체의 위법성에 대한 징벌이 필요하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