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 촉발 현안들 동시다발…결국 자중지란은 불가피할 듯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이 기로에 섰다. 당 내분을 일으키는 여러 현안들이 한꺼번에 터져서다.
결단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장관 후보자들의 거취부터 4·7 재보궐 선거 패배 후 이어지는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백가쟁명, 검찰개혁 속도조절에 대한 이견 등이다. 무엇보다 내년 3월 대선을 치를 대선후보 경선 시기를 두고 대권 주자들과 그 세력들이 부딪히고 있어 송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당장 결단을 앞두고 있는 건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다. 각종 의혹으로 야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미뤄진 상태다.
이 후보자들의 인사청문보고서 제출기한은 오는 10일까지다. 이후에는 대통령이 10일 안에서 임의로 추가기한을 주고 제출을 요청하는데, 그간 문재인 대통령은 짧은 시간만 내주고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해왔다.
하지만 재보궐 참패 직후에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또 다시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 타격이 불가피하기에 민주당은 고민에 빠졌다. 현재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데, 문 대통령이 오는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과 기자회견에 임할 예정인 만큼 그 전에 결론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인사청문회를 마친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도 차녀 일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의혹으로 핀치에 몰리고,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다가오는 만큼 해당 세 후보자에 대해선 한 수 물러야 한다는 의견이 강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초선 의원들의 경우 임명을 강행할 경우 공개적인 목소리를 낸다는 방침이다.
한 초선 의원은 본지와 만나 “박 후보자는 분명 문제지만 부인이 한 행동이니 참작하더라도 임 후보자의 논문 표절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건 아니다”며 “지도부가 어떻게 결정할지 지켜보고, 밀어붙이려 한다면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 수정도 과제다. 송 대표는 당 부동산특별위원회에 대해 위원장을 친문(문재인) 진선미 의원에서 ‘부동산 세제 완화론자’인 김진표 의원으로 바꾸면서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언했던 규제완화 실현에 시동을 걸고 있다.
김진표 의원은 지난 1월에도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혹은 일시 감면 조치가 필요하다는 정책 건의서를 당 지도부에 제안한 바도 있다. 노무현 정권 때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도입을 주도했던 만큼 현 부동산 정책의 보완점을 특위에서 적극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위가 가동되면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될 안은 무주택자 대상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 완화와 1주택자 대상 재산세 감면 확대다. 송 대표가 대표적으로 내세운 공약이라서다. 송 대표는 무주택자에 한해 LTV·DTI를 90%까지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재산세의 경우 감면 상한을 공시지가 기준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완화하는 안이 유력 검토될 예정이다. 문제는 종부세다. 김병욱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공제액 기준을 공시지가 합산 현행 6억 원에서 7억 원으로 상향하고 1주택자의 경우 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렸는데, 친문 측은 이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친문은 현 지도부에서 주요 선출직을 차지하고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와 김용민 수석최고위원, 강병원·김영배 최고위원 등이다. 부동산특위에서 종부세를 건들게 되면 지도부 내분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지도부 내분 우려가 나오는 진원지는 또 있다. 검찰개혁이다. 송 대표는 부동산과 코로나19 백신, 반도체 등을 주요 과제로 꼽으며 당 기구를 재편하며 의지를 보이지만 검찰개혁특위의 경우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폐지 가능성도 제기한다.
하지만 김용민 수석최고위원은 첫 최고위 회의부터 개혁을 강조했고, 검찰개혁 강경파 초선 의원들이 모인 ‘처럼회’를 통해 집단적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검찰개혁 특위가 6월 법 통과를 약속했는데, 전 그 약속을 꼭 지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송 대표가 검찰개혁특위에 대해 폐지에 준하는 조치를 하거나 공식적으로 속도조절론을 꺼낸다면 김 최고위원과 처럼회가 목소리를 내며 자중지란이 일어날 수 있다.
9월 예정된 대선후보 경선 연기론을 둘러싼 논쟁도 갈등 요인이다. 현재 대권 주자인 정세균 전 총리와 김두관 의원이 공개적으로 연기론을 띄운 상태다. 이를 두고 친문 핵심 전재수 의원이 공론화에 나서고 이재명 경기지사 측인 민형배 의원이 반발하고 있다.
마땅한 대표 대권 주자가 없는 친문 입장에선 비문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여론조사 지지율상 ‘원톱’인 현 상황에서 경선을 치르는 게 마뜩잖다. 지지율이 부진한 이낙연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또한 지지세를 결집할 시간을 벌기 위해 경선 연기에 찬동하고 있다.
각 대권 주자 중심 세력들 간에 파벌싸움 조짐을 보여 이목은 송영길 민주당 대표에 쏠린다. 송 대표의 교통정리에 따라 민주당이 자중지란에 빠질지가 달려있어서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예정대로 9월 경선을 치른다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빨리 정리해야 하긴 하는데, 이제 지도부와 특위 등 인선을 정리하고 있는 때라 논의가 무르익지 않았다”며 “지도부가 완비되면 그때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경선을 미루든 예정대로 하든 어느 한 쪽의 반발은 피할 수 없어 당내 갈등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선 연기가 당헌·당규 개정이 아닌 지도부 판단으로 추진이 가능한 만큼 어떤 결정이든 이 지사 유불리에 직결돼서다. 때문에 송 대표에 대한 직접적 비판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당헌 88조 2항에는 ‘대통령 후보자의 선출은 대통령 선거일 전 180일까지 하여야 한다. 다만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