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하이트 자존심 대결... LG생활건강 화장품, 아모레 제쳐
그러나 영원한 승자는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변수와 각종 리스크들은 산업계의 지도를 크게 뒤흔들었다.
9일 소비재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1년을 넘어서며 시장 트렌드를 읽고 업계 1위에 오르거나 1위를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맥주, 아이스크림, 화장품, 애슬레저 패션 등이 대표적이다.
◇진흙탕 싸움 번지는 맥주 1위 경쟁=지난 7일 국세청과 주류거래질서확립위원회는 서울 양재동 한국주류산업협회에서 ‘주류 건전질서 확립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과도한 1위 경쟁에 따른 주류 기업들의 경쟁사 홍보물 훼손 및 절도 사건에 따른 각 기업의 자정 노력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무학과 오비맥주는 하이트진로 직원이 자사 홍보물을 훼손하고 철거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무학 역시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하이트진로를 고발했다. 하이트진로도 오비맥주의 자사 홍보물 훼손 및 철거 혐의로 경찰 수사를 준비중이다.
맥주 시장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배경은 과도한 1위 경쟁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하이트진로의 테라 점유율이 크게 올라가면서 오비맥주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 갈등의 불씨라는 이야기다. 오비맥주는 2~3년 전만 해도 맥주 시장점유율 60%에 이르는 독과점 기업이었다. 당시 하이트진로의 점유율은 20% 내외였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용 맥주시장 점유율은 오비맥주가 49.5%, 하이트진로 32.9%로 양사의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LG생활건강 화장품, 아모레 제쳐=지난해 LG생활건강은 매출 4조 5469억 원을 기록하며 4조4867억 원에 그친 아모레퍼시픽을 누르고 국내 화장품 기업 1위 자리를 꿰찼다.
세계 100대 화장품 기업 순위 역시 뒤바뀌었다. 뷰티·패션 저널 WWD(Women’s Wear Daily)가 발표한 2020년 세계 100대 화장품 기업 순위에서 LG생활건강이 12위에 오른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14위에 그쳤다. 브랜드숍보다 헬스앤뷰티스토어로 화장품 시장 주도권이 넘어간데다 프리미엄 라인이 주목받았던 것이 LG생활건강의 반등 이유다. 아모레퍼시픽이 이니스프리, 아리따움, 에뛰드하우스 등 브랜드숍 다양화 전략을 펼친 것이 오프라인 매출 감소의 타격으로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LG생활건강의 실적이 선전한 것이다.
편의점은 1년만에 매장 수 1위 결과가 뒤바뀌는 등 경쟁이 치열한 업종 중 하나다. CU는 지난해 말 점포 수가 1만4923개로 1만4688개에 그친 GS25를 230여 개 차로 근소하게 따돌리며 1년만에 1위 탈환에 성공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 매장 수를 1000개 이상 늘린 결과다. 2019년 GS25는 17년만에 CU를 제쳤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집콕 시대 최대 수혜업종 중 하나인 애슬레저 패션 부문에서도 부동의 1위가 등장했다. 젝시믹스와 안다르는 수년간 레깅스로 대표되는 애슬레저 패션 부분의 양대산맥으로 군림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팽팽한 대결구도는 지난해 젝시믹스가 애슬레저 패션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1000억 원 브랜드로 등극하면서 무색해졌다.
◇1위기업 네슬레의 교훈=글로벌 식품 1위 네슬레가 한국 시장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1위 기업임에도 네슬레는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한다. 지난해 네슬레 연구개발(R&D) 투자액은 1조9620억 원으로 국내 상위 10개 기업의 투자액을 7배나 상회했다. 1위 기업이지만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 네슬레의 성공 배경이다.국내에서는 농심과 동서식품의 전략이 돋보인다.
라면시장 점유율의 과반을 차지하는 농심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농심은 비교적 취약한 계절면 시장 공략을 위해 매년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기존 스테디셀러의 확장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올해 배홍동을 내놓은 것을 비롯해 농심은 팔도가 장악한 계절면 시장 공략을 위해 매년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간판 제품인 신라면을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등으로 확장하는 것도 시장을 수성하는 비결이다.
동서식품은 지난 2011년 원두커피믹스 카누를 내놨다. 당시만 해도 기존 맥심의 자기시장 잠식(cannibalization)을 우려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동서식품의 카누 출시는 시장을 수성하는 든든한 방패가 됐다. 기존 커피믹스를 원두커피가 빠르게 대처하는 것을 미리 예견한 선견지명으로 동서식품은 맥심과 카누 쌍두마차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