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공모펀드]① 공모펀드 설정액 급감

입력 2021-05-1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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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협회
직접투자 붐이 거세게 일면서 국내 공모펀드시장이 고사 위기에 처해있다. 거액 자산가들은 성과가 저조한 공모펀드에 등을 돌리고 있고, 일반 서민 투자자들은 수수료만 비싸고 수익률도 기대에 못 미치는 일반 주식형 펀드 대신 직접투자나 상장지수펀드(ETF)로 방향을 틀면서 공모펀드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설정원본)은 65조 3937억원을 기록 중이다. 5년 전(2016년 4월 말·68조 3586억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규모가 줄었다.

지난해 4월 이후 주식투자 대기자금으로 분류되는 투자자예탁금은 43조 원에서 67조 원으로 24조 원 이상 증가했지만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은 62조 원 수준에서 3조 원가량 증가하는데 그쳤다.

설정액이 1조 원 이상인 소위 ‘공룡펀드’는 ‘도마뱀 펀드’가 됐다. 현재 설정액이 1조 원이 넘는 ‘공룡펀드’는 9개다. 불과 10년 전인 2010년 4월에는 공룡펀드가 28개에 달했다. 2017년 1월 기준 설정액이 1조 원이 넘었던 ‘메리츠 코리아 펀드’와 ‘한국밸류 10년펀드’는 현재 3000억 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투자자들의 외면속에 많은 펀드가 자투리 펀드(설정액 50억원 미만)신세다. 7일 기준 설정액 50억 원 미만 주식형 공모펀드는 513개로 전체(1299개) 39.5%를 차지한다. 자투리 펀드는 3년 전보다 총 61개 늘었다. 지수가 오르는 동안 자투리 펀드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업계에 스타플레이어가 사라지면서 공모펀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자산을 끌어모으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다”면서 “환매가 계속되고 있어 현재 있는 공룡펀드 설정액을 지켜내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에서 공모펀드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한국에서 짐을 싸고 있다. 이들은 과거 해외에 있는 인기 펀드를 국내에 가져와서 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왔는데 공모펀드 시장 위축으로 판매가 소원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이 운용하는 해외 주식형펀드는 국내에서 해외 투자가 쉬워지면서 매력이 줄어들었다.

현재 블랙록자산운용은 국내 공모펀드 사업 부문을 분할해 DGB자산운용에 매각할 계획을 밝혔고, 지난 달 16일엔 호주계 맥쿼리투신운용가 사모펀드 운용사인 파인만인베스트에 팔렸다. 앞서 골드만삭스운용, JP모건자산운용, 피델리티운용 등이 한국시장에서 짐을 쌌거나 사업들 접었다.

공모펀드 시장이 위축되는 건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개인들이 주식 투자에 큰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해서 수익을 내다보니 ‘중위험·중수익’ 상품인 주식형 공모펀드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다”면서 “펀드 시장이 침체되면서 자산운용업계에 좋은 인력이 계속 빠져나가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연 초 펀드 판매수수료 현실화·공모펀드 운용 자율성 확대 등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업계의 뚜렷한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4월까지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각종 안건을 입법예고하고, 법개정 전이라도 일부 과제는 행정지도 및 업계 자율추진 방식으로 우선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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