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수천억 들여 페인트칠만" vs 시의회 "복지ㆍ문화사업 더해야"
서울시, 재건축ㆍ재개발로 출구전략
시의회, '도시재생 활성화 연구' 용역 발주
도시재생 정책을 놓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도시재생 정책을 축소하려는 오 시장에 맞서 시의회는 확대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엇박자를 넘어 힘겨루기까지 이어지는 양상이다.
서울시의회 사무처는 '서울시 도시재생사업 활성화를 위한 패키지랩 도입방안 연구' 용역을 최근 발주했다. 도시재생사업에 스마트리빙랩(주민 스스로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 개념을 도입, 도시재생사업을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도시재생사업은 동네를 완전히 철거하는 재개발·재건축 방식의 기존 정비사업에서 벗어나 도시의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도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말한다.
이번 연구는 도시재생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거 환경 개선, 기반시설 확충 등을 위주로 추진되는 현행 도시재생사업에 더해 경제·복지·문화사업을 더하겠다는 구상이다. 연구 계획 초안을 마련한 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도시재생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새 조례 마련이나 기존 제도 정비까지 계획하고 있다. 도시재생 정책을 지속 추진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연구 용역 결과는 올해 나올 예정이다.
이런 움직임은 '도시재생 출구전략'을 추진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구상과 반대된다. 오 시장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수천억 원을 들여 페인트칠한 게 전부”라며 전임 박원순 시장이 추진한 도시재생 정책을 비판하고 재건축·재개발 사업 활성화를 공약했다. 박 전 시장이 오세훈표 뉴타운 사업 출구전략으로 도시재생을 지원했다면, 돌아온 오 시장은 도시재생 출구전략으로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는 모양새다. 실제 서울시는 10일 공개한 조직 개편안(案)에서 도시재생실을 없애고 그 기능을 주택정책실과 균형발전본부로 분산하기로 했다.
도시재생 출구전략이 성사되려면 입법권과 예산권을 쥔 시의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현재 서울시의회에선 총 110석 중 101석을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오 시장이 소속된 국민의힘 의석은 7석에 불과하다. 이번 용역에서 보듯 민주당 소속 시의회 지도부는 도시재생사업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김희걸 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장은 "도시재생사업 축소에 신중해야 하는 건 당연한 애기"라며 "재건축·재개발이 어려운 지역 생활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도시재생사업은 계속할 수밖에 없고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선 행정을 이끄는 민주당 소속 구청장도 도시재생 출구전략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동진 도봉구청장과 박준희 관악구청장, 김수영 양청구청장 등 민주당 소속 구청장들은 서울시의 도시재생 정책 축소 움직임에 우려를 표했다. 이들 중 일부는 자체적인 도시재생 정책 추진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에게 외부 지원군이 있다면 도시재생사업 철회와 재건축·재개발 추진을 요구하는 도시재생 지역 일부 주민이다. 도시재생사업을 했던 16개 지역 주민들은 '도시재생반대연대'란 단체까지 꾸렸다. 그간 추진했던 도시재생사업은 환경 미화에 치중해 주거 환경 개선 면에서 전혀 실효성이 없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이들은 도시재생사업을 겨냥해 행정감사까지 준비 중이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그동안 도시재생사업에 막대한 돈이 투입됐지만 효과 체감 정도가 적고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며 "도시재생 정책을 재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