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는 정책금융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소기업의 질적인 성장을 도울 수 있도록 개편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18일 오전 중소기업중앙회 2층 상생룸에서 ‘변혁기의 중소벤처기업 정책금융의 역할과 과제’ 정책포럼이 개최됐다.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와 자본시장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에서는 중소기업의 혁신 성장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금융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주제발표에서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정책자금의 과도한 규모와 비중 △복잡한 정책전달 체계 △비효율적 자금배분 △자금의 효과성 미흡 등을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규모 대비 정책자금 비중은 일본과 더불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칸막이식ㆍ백화점식 지원에 따른 복잡한 정책전달 체제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중첩적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든 중소기업을 지원 대상으로 희소한 정책자금을 배분하면서 비효율적으로 이줘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박창균 실장은 “정책자금 수혜대상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비수혜기업에 비해 더 많이 개선됐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라며 “세부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하는 일부 연구가 정책자금의 효과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자산 500억~5000억 원 구간의 한계기업(이자보상배율이 3년 이상 연손 1미만인 기업) 비율이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과도한 정책자금 지원은 수익성이나 경쟁력을 상실한 중소기업의 좀비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실장은 “전체 중소기업 부채자금 조달 중 정책자금 비중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과도한 규모의 정책자금이 제공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며 “시장실패를 보정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과도한 규모의 정책자금이 제공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박재성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지원 규모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데 2013~2014년 일반 보증이 55조 원, 67조 원을 기록하고 조만간 보증 100조 원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금융지원은 중소기업 지원의 구심적 역할 수행(횡단면적 관찰)과 중소기업이 성장할수록 금융지원 연계 강화(종단면적 관찰)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한다”라며 “우리나라 정부지원 사업이 연결된 경로를 보면 보증이나 중진공 정책자금 지원 등이 대부분 기반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부가 수행하는 중소기업 육성사업 대부분이 금융 지원 사업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고 강조했다. 현재 지자체 사업과 창업기업 지원은 대부분 기술보증, 무역보험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박재성 연구위원은 “보증 규모가 100조 원에 달하는데 위험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이슈가 될 수 있다”라며 “정책금융이 민간의 상업자금을 충분히 유인하고 있는지 또는 혁신기업의 성장에 충분히 자금을 공급하고 있는지는 의문이고 정책금융은 중소기업의 새판짜기를 돕고 중소기업의 질적 도약을 준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자동적인 공급 확대와 회수 기능의 도입, 고객 기반을 가치로 인정하는 핀테크 금융공급, 매출채권담보대출, 팩토링 등의 공급망 금융과 사업전환, 구조조정을 위한 적극적인 자금 공급이 중요하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한편 주제 발표 각 정책금융 기관들이 참석해 토론이 진행됐다.
서강대 임채운 교수가 좌장을 맡고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 김영춘 기술보증기금 이사, 김영호 TS인베스트먼트 김영호 부사장,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실장, 정재만 숭실대 교수, 조승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기업금융처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은 “정책금융 역할에 대해서는 방향에 대한 전환이 필요한데 IMF,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통상 7년마다 위기가 찾아온다”라며 “이런 위기에 대비해서 정책금융 구조가 바뀌어야 하고 내수기업의 생존을 위한다면, 무역금융이나 수출보증도 활성화해 중소기업들의 성장을 도왔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김영춘 기술보증기금 이사는 “기술보증기금은 통상 매년 4조 원을 지원하는데 지난해에는 약 8조 원 가량을 지원했다”라며 “보증 자금은 기술력을 가진 혁신성장 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데, 기존 기업들의 고용 유지와 신규창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러한 지원으로 위기상황을 모면했다고 이해를 해주면 좋겠다”라고 짚었다.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실장은 “이전까지 신용보증을 통한 레버리지 효과로 높은 성장이 가능했기 때문에 기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라며 “그러나 2010년 이후부터는 경제가 저성장진입 혹은 교착, 안착이 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기존에 정책금융 툴로 썼던 대출이나 보증 기능이 유효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출중심 구조에서 투자로 전환해야한다는 논의가 20년간 이어지고 있는데 투자 중심 지원 금액이 40조원에 달하지만 실제 집행된 잔액은 20조 원 수준”이라며 “50%밖에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건 한국적인 특징 등 여러 문제가 있고 대출 시스템을 투자 시스템으로 전환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근본적으로 5대 정책금융기관이 있고 기업은행, 산업은행 포괄해서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위해 정책금융 시스템에 변화가 있어야한다는 부분에 공감한다”라며 “금융수요 등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서비스센터를 구축하거나 정책 금융기관 간 데이터를 공유하는 등 정책금융의 디지털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