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위원들 발언도 조금씩 바뀌고 있어
5~6월 고용지표 결과 따라 8월 잭슨홀 회의서 논의 진전될 듯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연준의 테이퍼링 시기가 예상 보다 당겨질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연준은 이날 공개한 지난달 27~28일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일부 위원들이 미 경제가 빠르게 개선된다면 테이퍼링 논의에 착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연준은 의사록에서 “일부 참석자는 경제가 위원회의 목표를 향해 계속 빠르게 나아간다면 다가오는 회의에서 어느 시점에 자산매입 속도를 조정하는 계획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FOMC 의사록에서 테이퍼링 가능성이 언급된 것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다만 연준 다수 위원의 인플레이션 시각은 기존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경제가 상당한 추가 진전을 이루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당시 FOMC 회의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제 회복이 고르지 못하고 완전하지 않은 상태”라며 “인플레이션과 고용 안정이라는 통화정책 목표에 대해 ‘상당한 추가 진전’을 확인할 때까지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지난달 FOMC 회의가 4월 물가 지표가 나오기 전에 열렸다는 점에서 이후 회의에서 연준이 예상보다 빠르게 정책 조정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올라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 인플레이션 우려를 촉발했다. 고용지표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연준이 현 경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할 것인지가 시장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이다.
찰스슈왑의 수석 채권 전략가인 캐시 존스는 “이번 의사록은 (테이퍼링에 관한) 첫 번째 힌트로, 앞으로 점진적인 논의가 나올 수 있다”며 “다만 모든 것은 조건부이며 연준은 스스로에 많은 여지를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은 테이퍼링을 둘러싼 분위기 변화가 잇달아 감지되면서 긴장하고 있다. 앞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이달 초 한 인터뷰에서 대규모 정부 지출을 언급하며 “이는 완만한 기준금리 인상을 야기할 수 있다”며 “경제가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를 다소 올려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연준의 ‘인내’에 무게를 실었던 시장이 그의 발언에 화들짝 놀라자 “내가 (금리 인상을) 예측하거나 권고한 것이 아니다”며 번복하는 스탠스를 취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옐런이 실수를 가장해 시장에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중순 파월 의장도 워싱턴경제클럽이 주최한 화상 토론회에서 자산 매입 축소 관련 대략적인 시간표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물가 2% 도달과 완전고용 달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상당한 추가 진전이 있을 때 자산 매입을 축소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 시점은 금리 인상보다 훨씬 앞설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 인사들의 발언 뉘앙스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팬데믹 이후 경기가 회복하고 있는 시점”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팬데믹이 물러가 공중 보건 측면에서 편안해지는 지점에 도달하고, 어느 정도 놀랄 정도로 재확산하지 않는다면 그때 우리는 정책 조정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출구론을 계속 봉쇄하면 시장과 경제 움직임에 정책 대응이 뒤처질 수 있어 연준이 일단 봉인만 푼 것”이라며 “5~6월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이면 8월 잭슨홀 회의에서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