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홈쇼핑 송출수수료 갈등...해법은?

입력 2021-05-20 17:31수정 2021-05-2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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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절묘한 균형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 홈쇼핑 사업자의 보수 1원이 감소할 때 플랫폼 사업자의 보수가 1원 증가하는 구조입니다. 즉 홈쇼핑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가 동일하게 절반의 보수를 얻는 점, 속된 말로 양측이 협상으로 얻는 수익에서 비용을 뺀 다음 ‘반띵’하는 점이 협상 문제의 해(답)이 됩니다.” (김정현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매년 진풍경이 있습니다. 내년도 목표를 정하는 워크숍이 어쩜 그렇게 해마다 똑같은지 모르겠습니다. 사업매출 목표 지정하고 손익분석 진행하고 수많은 데이터를 들여다보지만, 결론은 TV홈쇼핑 송출수수료 말고는 답이 없다는 것입니다. 안되는 줄 알면서 또다시 TV홈쇼핑 송출수수료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습니다.” (김혁 SK브로드밴드 미디어전략본부장)

TV홈쇼핑 송출 수수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세미나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방송학회는 한국미디어정책학회와 공동으로 ‘유료방송 생태계 내 합리적 거래 환경 조성 방안: TV 홈쇼핑 송출 수수료 갈등의 해법 모색’을 20일 개최했다.

하주용 한국방송학회 학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미디어 시장에서 가장 큰 갈등구조는 홈쇼핑-플랫폼 사업자의 송출 수수료”라며 “방송 환경이 어려워지며 사업자들의 수익이 줄어들고, 투자는 자꾸 증가해야 하는 상황에서 많은 재원을 공급했던 홈쇼핑 채널에 대한 송출 수수료가 점점 늘어나는 결과”라고 진단했다.

적정한 TV홈쇼핑 송출수수료를 산정하지 않고서는 사업자들의 상생이 불가능하다고 짚은 것이다.

이에 김정현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책연구과제를 맡아 수행한 ‘합리적인 홈쇼핑 송출수수료 산정기준에 관한 연구’에 대해 발표했다. TV홈쇼핑 송출수수료 갈등 상황에 대해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있는지, 적정한 송출수수료 산정 방안이 무엇인지 연구한 것이다.

(사진=한국방송학회 유튜브 실시간 방송 갈무리)

홈쇼핑PP의 송출수수료 부담은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김 교수가 ‘2019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방송통신위원회)’을 분석한 결과, 2012년 이후 홈쇼핑PP의 방송사업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정체 양상을 보이는 반면 송출수수료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방송사업 영업이익 대비 송출수수료는 2012년 158.82%에서 2019년 기준 232.54%로 그간 꾸준히 증가했다. 방송사업매출액 기준 2019년 송출수수료는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송출수수료의 과도한 인상이 불러올 역효과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상품 제조ㆍ유통ㆍ판매 사업자에 대한 판매 수수료 인상과 홈쇼핑 상품 가격 인상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김정현 교수는 홈쇼핑 채널에 대한 경매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각 채널이 갖는 경제적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고, 협상에 따를 경우 분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개별 채널이 갖는 가치를 직접 산정하는 대신, 홈쇼핑 17개 사업자 전체가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 전체에 지급해야 할 송출수수료 총액을 산정하자는 것이다.

송출수수료 총액이 결정된 이후 홈쇼핑 사업자들은 채널을 몇 개의 등급으로 나눌 수 있다. SBS와 KBS2 사이에 있는 6번이 S등급이듯 합의된 기준에 따라 등급으로 나누고, 해당 등급에 따라 경매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김 교수는 “총액이 결정돼있으니 플랫폼 사업자들은 가입자 수 기준 시장점유율에 따라 각자의 몫을 배정받으면 된다”라며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와 홈쇼핑 사업자가 실제로 협상 테이블에 마주할 필요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에서 경매가 실패하는 주요 이유는 담합의 가능성이 있어서”라며 “각 플랫폼 사업자가 취하는 송출수수료의 증가율이 ‘적정’ 홈쇼핑 송출수수료 총액 증가율을 상회하지 못하도록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고 보완하는 방안, 분쟁 조정 과정에서 기준점으로 삼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이어진 라운드테이블 토론에서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황기섭 한국TV홈쇼핑협회 실장은 “(홈쇼핑업계 관계자들이) 이 자리에 나오기 어려워하는 상황이 송출수수료가 처한 입장을 대변해준다고 생각한다”라며 “유료방송 사업자들에게 지급하는 금액보다 모형이 제시하는 금액이 적다는 것이 시장에서 과도하게 지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고흥석 한국IPTV방송협회 정책기획센터장은 “송출수수료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영업이익 자체가 평균 18~19%가 꾸준히 유지되는 산업적 변화도 같이 고려했으면 한다”라며 “홈쇼핑 사업자의 지속적인 성장 과정에서 IPTV 사업자가 시장 확장성에 충분히 기여했다는 부분도 짚었으면 한다”라고 답했다.

(사진=한국방송학회 유튜브 실시간 방송 갈무리)

사업자 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만큼, 협상 규칙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혁 SK브로드밴드 미디어전략본부장은 “협상장에는 데이터의 불균형이 있다”라며 “저희는 트래픽과 가입자가 얼마나 늘었는지, 이걸 유지하기 위해 얼마를 주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있지만 홈쇼핑 방송을 얼마나 시청했고 아르푸(ARPU)가 얼마나 늘었는지는 철저히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협상에서 각 사업자가 본인들의 입장만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만큼, 관련된 부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남영준 과기정통부 OTT활성화 지원팀장은 “홈쇼핑 산업이 과거처럼 지속적으로 성장만 하는 사업이 아닌 만큼, 가능하다면 합의할 수 있는 안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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