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산 매입 축소(테이퍼링)를 통한 긴축 가능성을 처음 제기했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지난 달 27∼28일 정례회의 의사록이 공개됐다. Fed의 돈줄 조이기가 빨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1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하락하고, 미 국채금리와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Fed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가 추락하자, 작년 6월부터 매달 1200억 달러 규모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Fed는 또 미국 경제가 완전고용과 2% 안팎의 물가상승률 목표에 부합하는 ‘상당한 수준의 진전’을 보일 때까지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계속 밝혀 왔다.
그러나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4.2%나 올라 13년 만의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지난해와 비교한 기저효과가 작용해 추세적 오름세로 판단하기 이르지만, 예상을 웃돈 물가상승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Fed의 테이퍼링 언급은 통화정책 조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FOMC 회의 참석자들은 “경제가 빠르게 진전할 경우 자산매입 속도 조정의 논의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 시장이 우려하는 테이퍼링이 가까워졌음을 예고한다. 증시 하락에 이어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FOMC 회의록 공개 이후 급등했다. 우리 금융시장도 20일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10.77포인트(0.34%) 내렸고, 원·달러 환율은 1132.0원으로 1.5원 올랐다.
미국의 긴축과 달러가치 상승은 국내 자본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불러온다. 게다가 중국 당국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 관련된 금융거래, 수탁, 상품 발행의 불허 방침을 발표했다. 돈을 빨아들였던 가상화폐 값의 폭락이 위험자산에 대한 우려와 환율 변동성을 더 키우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인플레이션이 통화 긴축을 앞당길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Fed의 테이퍼링 이후 수순은 결국 금리인상이다. 우리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 심대한 파장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 또한 사상 최저의 장기 저금리와, 팽창재정에 따른 돈풀기로 인플레 위협에 직면해 있다. 여전히 경기가 부진한 상태에서 섣불리 금리인상에 나서기도 어렵다. 가계는 물론 기업, 또 정부까지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어 통화정책 운용의 여지도 매우 좁다.
선진국 중심으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다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인플레에 대비한 미국의 테이퍼링과 앞으로의 금리인상이 격변을 불러올 방아쇠다. 우리 경제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비책이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