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아우디 이어 닮은꼴 전기차 속속 출시…전기차 업체 지분 경쟁도 본격화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이 속속 양산 전기차를 출시 중인 가운데 현대차그룹과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됐다.
현대차는 콘셉트카 ‘프로페시(Prophecy)’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 양산 전기차 '아이오닉 6'를 공개한다. 시점은 11월 서울국제모터쇼가 유력하다.
일찌감치 포르쉐 타이칸, 아우디 e-트론 GT에 버금가는 고성능 세단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0일 아우디 코리아는 하반기 국내 출시를 앞둔 e-트론 GT를 전격 공개했다.
앞뒤 차축에 각각 하나씩 전기모터를 맞물린 고성능 4도어 세단이다. 이름 그대로 '그랜드 투어러(GT)'를 내세운 만큼 북미 시장까지 염두에 둔 모델이다.
e-트론 GT는 환산 최고출력 530마력, 고성능 버전인 RS e-트론 GT는 646마력을 찍는다. RS는 아우디 고성능차의 정점을 의미한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고성능 버전을 하나씩 쥐고 있다. 메르세데스는 AMG, BMW는 M버전이다.
아우디는 S를 전면에 내세운다. S4와 S6 등이 각각 A4와 A6의 고성능 버전이다.
욕심이 차고 넘쳤던 아우디는 S버전의 윗급으로 RS버전까지 개발했다. 아우디 고성능의 최고봉인 셈이다.
‘레이싱 스포츠’를 의미하는 RS는 공도에서 즐길 수 있는 고성능차를 지향한다. 한때 모든 RS 모델이 '수동변속기'만 고집한 적도 있다. RS라는 이름이 붙은 RS e-트론 GT 역시 전기차 시대 아우디의 고성능을 상징한다.
아우디 e-트론 GT는 폭스바겐그룹 산하 포르쉐가 만든 타이칸과 동일하다.
차 길이와 너비, 높이를 비롯해 배터리의 용량과 성능이 사실상 타이칸이다. 포르쉐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많은 부분을 ‘아우디’스럽게 바꾼 게 차이점이다.
포르쉐 타이칸과 아우디 e-트론 GT의 전기차 기술은 한 가지 공통점을 지녔다. 두 차종 모두 크로아티아 전기차 기업인 '리막'의 기술력이 녹아들었다.
앞서 포르쉐는 고성능 전기차 ‘타이만’을 개발하기 위해 크로아티아 전기차 업체 ‘리막 오토모빌리’와 손잡았다.
2009년 설립한 리막은 고성능 하이퍼 전기차를 개발하고 양산하는 기업이다.
리막이 개발한 하이퍼 전기차는 최고출력이 무려 1900마력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최고시속 400㎞를 기록한 바 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까지 걸리는 시간이 고작 1.8초다.
일찌감치 이를 알아본 독일 포르쉐는 2018년 리막의 지분 10%를 확보하며 투자자로 합류했다.
독일차, 특히 포르쉐의 행보를 늘 주시해 왔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를 그냥 둘리 없었다. 곧바로 리막에 대한 면밀한 조사에 나섰고, 지분 투자를 확정한다.
2019년 5월, 마침내 정 회장은 크로아티아 리막 본사까지 직접 날아갔다. 차세대 고성능 전기차 시장을 노리며 리막에 1000억 원을 투자, 포르쉐보다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현대차가 6400만 유로(약 854억 원)를 마련했다. 여기에 기아가 1600만 유로(약 213억 원)를 보태 총 8000만 유로(약 1067억 원)를 만들었다. 현대차그룹의 지분(13.8%)은 단박에 포르쉐 지분(10.1%)을 앞질렀다.
현대차는 곧바로 리막의 기술력을 활용해 고성능 전기차 콘셉트 개발에 착수했다. 콘셉트카 프로페시의 출발점이었다.
현대차가 리막 지분 확보에 나서자 포르쉐는 발등이 불이 떨어진 꼴이었다.
현대차그룹의 지분 확보 4개월 만에 포르쉐 역시 기존 10% 지분을 15%까지 끌어올렸다. 기어코 현대차그룹의 지분율(13.8%)을 넘기면서 투자 저력을 과시한 셈이다.
결국, 이마저도 성에 차지 않았던 포르쉐는 올해 3월 이사회를 열고 ‘리막’에 대한 지분을 15%에서 다시 24%까지 확대했다. 포르쉐가 곳간을 털어낼 만큼 리막의 가치는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 무렵 현대차그룹이 다시 추가 지분 확보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의 반격 소식이 들리자 이번에는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직접 나섰다.
폭스바겐 산하 고성능 슈퍼카 브랜드 ‘부가티’ 지분을 리막에게 내주기로 했다. 대신 리막에게 추가 지분을 요구했다. “현대차에 리막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처연함까지 깔려 있는 셈이다.
이렇게 지분 싸움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신차 개발은 지속 중이다.
포르쉐와 아우디, 현대차가 개발하는 전기차에는 한 마디로 ‘리막’이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하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미 양산 중인 △포르쉐 타이칸과 출시를 목전에 둔 △아우디 e-트론 GT, 내년 초 출시 예정인 △현대차 아이오닉 6 모두 유사한 배터리와 전기모터 성능을 지니고 있다.
한편, 폭스바겐이 리막의 지분을 점진적으로 확대 중인 가운데 현대차그룹 역시 조만간 반격에 나선다.
전략적 M&A를 앞세워 ‘리막’의 기술력을 놓지 않을 것이라는 게 완성차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현대차가 리막 지분을 추가 인수를 통해 의결권 일부를 확보할 것이라는 소문이 그룹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