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보다 짧은 탄소중립 달성 기간…소형모듈원자로 활용해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원자력 발전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27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미국, 영국 등 선진국처럼 소형모듈원자로(SMR)와 같은 원자력 발전을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SMR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소형원자로다. 공장 제작과 현장 조립이 가능해 차세대 원자력 발전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경련은 주요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장기간 추진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는 1990년부터 2050년까지 60년에 걸쳐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1990년부터 2045년까지 55년 동안 탄소중립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2007년, 일본은 2013년부터 탄소중립을 추진해 왔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8년을 기준으로 2050년까지 32년 동안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선진국보다 짧은 기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 중기 목표로 2017년 대비 24.4%를 감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UN기후변화사무국은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올해 안으로 2030년 중기 감축 목표가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경련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짧은 달성 기간과 2030 중기 감축 목표 상향 조정으로 인해 가파른 온실가스 감축이 불가피해 경제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석유화학, 정유, 철강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에너지집약형 제조업 주도의 산업구조도 탄소중립의 걸림돌로 꼽힌다.
국내총생산(GDP) 중 제조업의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기준 26.6%다. 영국(8.8%), 프랑스(9.9%), 미국(11.3%)보다 높다.
GDP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나타내는 탄소집약도(kg/달러)는 2017~2019년 평균 0.33으로 프랑스(0.11), 영국(0.12), 독일(0.17)보다 높은 수준이다.
석탄발전을 신재생발전으로 대체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2%로 독일(46.7%), 영국(44.9%) 등 주요 선진국보다 낮다. 전경련은 자연조건 등의 이유로 재생에너지 발전 잠재량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에서 80%를 차지하려면 335GW의 설비 용량이 필요하지만 실제 활용 가능한 재생에너지 입지 잠재량은 최대 207GW라는 에너지경제연구원 조사 결과도 근거로 들었다.
전경련은 주요 선진국들이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원자력 발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공약을 통해 원전을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을 밝히면서 SMR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운영 중인 원전의 수명도 연장하고 있다.
중국이 지난달 발표한 제14차 5개년 계획에는 2025년까지 원자로 20기를 신규 건설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영국도 원자력 발전이 탄소중립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보고 SMR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는 원자력 발전을 미래 국가 전력공급의 핵심으로 인정하고 투자계획을 내놨다. 일본도 안정성이 확인된 원자력 발전을 탄소중립 정책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전경련은 원자력 발전을 활용하지 않으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원자력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선진국들의 원자력 발전 정책은 이미 완공된 원전 운영 허가를 연기하고 신규 원전 건설 승인을 연기하는 우리나라 원자력 정책과 대비된다"고 꼬집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한계 등으로 인해 산업계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 압력이 증가하면서 산업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며 "2030년 감축 목표를 설정할 때 급격한 탄소 감축을 지양하고 탄소 저감 시설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SMR 등 원자력 발전을 활용하는 등 합리적인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