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 13장에 “A 씨, 정민이 입수 경위 진실 밝혀야”…‘경찰 초기 수사 미흡’ 지적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지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22) 씨의 유족이 사건 당시 술자리를 함께한 친구 A 씨에 대한 경찰의 추가 수사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유족 명의로 공식 입장문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6일 정민 씨가 실종된 이후 부친 손현 씨는 자신의 블로그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내비쳐왔다.
손 씨의 유족은 26일 A4 용지 13장 분량의 입장문을 내고 “A 씨와 A 씨 가족이 정민이의 입수 경위에 대해 진실을 밝혀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유족은 “정민이의 실종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는 A 씨를 전혀 의심하지 않고 오히려 배려와 감사의 뜻을 표했다”며 “그러나 실종 사흘째인 지난달 27일 경찰을 통해 A 씨 부자가 실종 당일 오전 3시 37분쯤 통화한 사실을 숨겼다는 걸 알게 됐고, 이외에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 A 씨와 가족의 여러 행동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씨와 가족이 실종 당일 오전 5시 이후 한강공원에 도착한 뒤 약 20분간 강 비탈면을 살핀 점 △A 씨가 당시 입었던 티셔츠를 다음날 신발과 함께 버린 점 △ A 씨가 잠금이 걸려있지 않은 정민 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하거나 부모에게 부탁해 정민 씨 가족에게 연락하지 않은 점 등을 나열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17일 A 씨 측 변호인이 “A 씨 아버지와 정민 씨 부모는 친분이 없고, A 씨 어머니와 정민 씨 어머니가 친분이 있기는 하나 다소 예의를 갖춰야 하는 사이라 새벽에 편하게 전화하기는 어려운 사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정민 씨 유족은 “A 씨 어머니와 정민이 어머니는 지난 4월 중에도 3차례 함께 식사할 만큼 자주 교류했다. 아이 안전에 관련된 일이니, 새벽에 연락해도 전혀 문제 되지 않는 사이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실종 당일 A 씨 어머니가 A 씨와 정민 씨가 마신 술 종류를 청하·막걸리·소주로 특정했으나, 이후 ‘어떤 술을 어느 정도 마셨는지 모른다’고 번복했다”고 지적했다.
정민 씨의 유족은 경찰을 향해서도 “영상 분석, 거짓말 탐지기 조사, 프로파일러 추가 면담 등을 통해 사건의 유일한 관련자인 A 씨의 진술을 확보하기 위한 수사에 집중해 달라”면서 “경찰이 실체적 진실을 뛰어넘어 객관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간절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정민 씨 유족은 “A 씨 가족이 처음부터 여러 의문스러운 정황에 대해 유족에게 성심성의를 다해 설명했다면, 설명하려는 조금의 노력이라도 기울였다면 경찰 수사가 필요했을까”라고 되물으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원한다’는 A 씨 측의 반복되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며 입장문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