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고되다" 간호 공무원 극단 선택…코로나 격무로 어려움 호소

입력 2021-05-2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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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이 공개한 이씨 카카오톡 메시지 일부.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업무를 맡던 간호직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에 나섰다. 이 공무원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날까지 동료에게 업무 압박감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나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26일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유족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8시께 부산 동구보건소 간호직 공무원 이모(33)씨가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유족은 숨진 이씨가 해당 보건소로부터 업무를 과다하게 부여받는 등 격무에 시달리다 우울증 증세로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18일부터 확진자 발생으로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부산 동구 한 병원을 담당, 관리를 맡았다.

유족은 당초 이씨가 해당 병원에 대한 관리 담당이 아니었으나 상부 지시 등 압박으로 인해 맡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씨 유족은 "고인이 동료들과 대화를 나눈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보면, 보건소 직원들은 차례를 정해 순서대로 코호트 병원을 담당한다"며 "그러나 고인이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순서가 아닌데도 업무를 떠맡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내용은 이씨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대화에서도 알 수 있었다. 이씨가 업무 담당을 거부하자, 동료들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이씨가 일을 잘하니까 맡아달라', '이씨가 일을 안 하면 나의 입장이 곤란해진다' 식의 내용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씨는 업무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동료 2명에게 "이른 시간 연락을 드려 죄송하다. 어제 오전 코호트 격리된 B병원에 다녀와서 너무 마음에 부담이 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보낸 것.

또 이씨는 "정말 ‘멘붕’이 와서 A님과 의논했고 저는 주도적으로 현장에서 대응하기에 자신이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몇 가지 방안이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B선생님과 C주무님이 같이 맡아 하기로 했다"며 "“먼저 논의하는게 맞는데 제가 진짜 좀 마음이 고되서 그런 생각을 못했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이씨는 7년차 간호직 공무원으로, 동구보건소에서 근무한 지 5년째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본래 3일장을 치르려 했으나 이씨의 사고 경위 파악을 위해 5일장으로 연장한 상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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