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보기관에 90일 이내 새 보고서 제출 명령
미·중 무역협상 대표, 바이든 정권 들어 첫 통화
미국이 중국과의 본격적인 ‘대치 모드’를 선포했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이날 스탠퍼드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주최로 열린 온라인 행사에서 “중국에 대한 ‘포용의 시대’는 시대는 끝났다”며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이제 새로운 전략으로 운영될 것이며 지배적 패러다임은 경쟁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캠벨 조정관은 버락 오바마 전 정부에서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내며 ‘아시아 회귀 정책(pivot to Asia)’을 설계한 인물이다. 조 바이든 현 정부에서는 아시아 전략을 총괄해 ‘아시아 차르’로 불린다.
미국의 이 같은 정책 전환의 배경으로 캠벨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외정책을 지목했다. 그는 인도와의 국경 분쟁에서부터 호주에 대한 경제보복, ‘늑대전사’를 자처하는 중국 외교관들의 호전적 행태 등을 언급하며 “이러한 중국의 행보는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신호로서 강경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캠벨 조정관은 시 주석을 직접 겨냥하는 발언도 이어갔다. 캠벨은 “미·중 관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의 중심에는 시 주석이 있다”며 “그는 심하게 이데올로기적이지만 감상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고, 경제학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꼬집었다. 캠벨은 그러면서 “최고의 중국 정책은 정말 좋은 아시아 정책”이라면서 동맹국과의 협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날 행사에서 중국을 견제할 인프라 전략을 주제로 올해 가을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 대면 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미 전방위적으로 중국 압박에 나선 상황이다. 특히 캠벨 조정관의 이날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이 정보기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에 대해 추가 조사를 실시해 90일 이내로 새로운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가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작다는 보고서를 내놨지만,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우한연구소가 유출장소일 수 있다는 의혹을 보도하면서 발원지 논란이 다시 불붙은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완전하게 투명하고 증거에 근거한 국제 조사에 참여하고 관련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중국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파트너들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우선순위에서 잠시 미뤄놨던 미·중 무역 갈등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이날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 측 고위급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와 전화 회담을 했다. 양국 무역협상 대표가 대화를 나눈 것은 바이든 정권 출범 이후 처음이다. USTR는 성명에서 “타이 대표는 바이든 행정부의 노동자 중심 무역 정책에 대한 원칙을 밝혔다”며 “미·중 무역 관계에 대해 논의하는 한편 우려 사항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측은 무역관계 개선 필수 요소로 관세 인하 조치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