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매각' 매그나칩반도체, 미국도 제동 거나…'첩첩산중'

입력 2021-05-31 14:54수정 2021-05-3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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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규제 당국, 매그나칩에 "매각 검토 사실 알려라"
CFIUS, 미·중 갈등상황에서 중국 기업 '저격수' 역할
OLED DDI 기술력·매각 이후 파급력 주의 깊게 볼 듯
매그나칩 "조사대상 조건 벗어나지만 성실하게 임할 것"

▲매그나칩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제공=매그나칩반도체)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매그나칩반도체의 중국계 사모펀드(PEF) 매각에 대한 심사에 들어간다. CFIUS는 국가 안보와 관련해 미국 내 외국인 투자현황을 분석·검토하는 기관으로, 중국 자본과 관련된 인수ㆍ합병(M&A)을 다수 무산시킨 전력이 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가 매그나칩반도체가 보유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이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까지 심사에 나서며 매각 절차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커졌다.

美 규제 당국 "매그나칩 매각 과정 검토할 것"

31일 이투데이 취재결과 매그나칩반도체는 이달 중순 CFIUS로부터 이번 매각에 대해 심사받고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알릴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 이에 회사 측은 28일(현지 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내달 15일 매각과 관련한 주주총회가 2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또 다른 미국 규제기관이 매각 과정과 절차 정당성을 들여다보겠다고 공개적으로 나선 것이다.

매그나칩의 현재 주요 주주가 미국계 펀드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삼아 심사 요청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매그나칩은 2011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이번 매각이 성사될 경우 공개매수를 통해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다. 매각 대상은 중국계 사모펀드인 '와이즈로드캐피털'로, 금액 규모는 약 14억 달러(1조5828억 원)다.

심사 나선 CFIUS, 알리바바·칭화유니 M&A 무산시킨 전력도

CFIUS가 이번 매그나칩 매각 건에 관여하고 나선 것은 바이든 정부 들어 강도가 세지고 있는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

1975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 재임 시 설립된 CFIUS는 외국 자본의 미국 기업 투자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지 검토하는 기관이다. 인수 거래 금지를 결정하면 해당 거래는 마무리 단계라고 해도 ‘무효’가 된다.

특히 미·중 무역 갈등이 싹트던 2018년, '외국인투자위험조사현대화법'(FIRRMA)이 제정되며 CFIUS의 역할과 권한도 대폭 강화됐다.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이 첨단 기술을 습득하고 자국으로 기술을 이전하는 것을 막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중국 기업의 M&A나 미국 사업 확장 시도에 대해 불허 의견을 표한 적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2018년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머니그램 인터내셔널 인수가 CFIUS의 반대 의견에 따라 무산됐다. 지난해엔 중국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 틱톡(Tiktok)에 현지 사업을 위해선 미국 기업에 사업을 매각하라는 내용의 분할 명령을 내렸다.

이번 매그나칩 건과 비슷한 사례로 5년 전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이었던 칭화유니(紫光集團) 그룹의 미국 기업 인수를 막아선 전적도 있다.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가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등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를 인수하려고 하자 CFIUS가 "정밀 조사를 하겠다"라고 나선 것이다. 직접 제동을 걸진 않았지만, 업계 내 분위기가 급변했고, 칭화유니그룹은 결국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심사 나선 CFIUS, 알리바바·칭화유니 M&A 무산시킨 전력도

▲매그나칩반도체가 만드는 OLED DDI 제품 (사진출처=매그나칩반도체 공식 블로그)

핵심은 이번 매각이 중국의 OLED 및 반도체 기술 고도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다. 매그나칩이 제조하는 주요 제품인 OLED DDI는 TV,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OLED 패널을 작동하게 하는 반도체다. 글로벌 DDI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3위권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CFIUS의 움직임과 관련해 "미국의 중국 견제와 분명히 관련된 움직임"이라며 "미국은 반도체 기술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인식하고 있으므로, 중국에 패권을 넘기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매체에서도 이번 매각 건을 주시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 타임스는 IT 전문가인 샹 리강(Xiang Ligang)의 말을 인용해 "CFIUS가 합병 저지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독점력이나 국가 안보 등의 이유를 제시해 합병을 막아서거나, 승인을 아주 오랫동안 연기할 수도 있다"라고 보도했다.

매그나칩 "연구·생산시설 및 자산 모두 한국…조사대상 아냐"

또 다른 암초의 등장에 매그나칩 측도 긴장하고 있다. 다만 회사의 주요 연구·생산시설과 자산이 모두 한국에 있고, 나머지 판매 활동도 중국, 홍콩, 일본 등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와이즈캐피탈이 이번 인수전에 투입하는 자금 출처 중 상당 비율이 중국이 아닌 다른 지역의 자금이라는 점도 반론 근거 중 하나다.

매그나칩 측은 "이번 매각에 대해 미국 규제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라면서도 "자발적으로 심사 관련 문서를 제출하고 합병에 관한 추가 질문에 답변하는 등 CFIUS와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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