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10~120%, 우리는 3분의 1…IPTV사들 인색하다”
CJ ENM이 콘텐츠 시장의 유통과 분배 구조 선진화를 위해 콘텐츠 사용료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호성 CJ ENM 대표이사는 31일 마포구 상암동 CJ ENM 센터에서 열린 ‘CJ ENM 비전 스트림’ 기자간담회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면서 콘텐츠를 투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CJ ENM과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 간 콘텐츠 사용료 분쟁 문제에서 콘텐츠 사용료 인상의 명분을 설명한 셈이다.
앞서 CJ ENM은 IPTV 사업자들과의 협상에서 전년 대비 약 25%의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IPTV사들은 이에 관해 과도한 인상이라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강 대표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외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서 지배력이 커지는 가운데 시장이 분배를 뒷전으로 하면 글로벌 OTT에 예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제는 K 콘텐츠는 우수성만큼 유통과 분배구조가 선진화해야 한다”며 “변화하는 시장에서 K 콘텐츠가 우리 지식재산권(IP)을 지키는 길”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IPTV가 프로그램 사용료로 지급하는 수신료가 미국 대비 낮다는 점도 지적했다. 강 대표는 “국내에서는 IPTV사에 공급을 하고 방송 제작비 3분의 1 정도를 수신료로 받는 반면 미국 같은 경우는 제작비의 110~120%를 수신료로 받는다”며 “미국은 이미 수신료로 안정적인 프로그램을 제작하지만, 우리는 늘 불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즉 수신료를 제외한 3분의 2를 부가 수익에서 찾아야 한다”며 “시장 구조가 수신료보다 부가수입에 기울어 있어 협찬에 의존하는 아주 문제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종합유선방송(SO) 사업자들과 비교해서도 IPTV가 수신료에 인색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영세 SO도 프로그램 공급자(PP)들에게 수입의 절반 이상을 지급하는데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IPTV사들이 인색한 것 같다”며 “SO들도 전향적인데 IPTV는 그렇지 못할 듯하다”고 일갈했다.
‘선 공급 후 계약’ 문제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텐츠 대가의 회수 부분에서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현재는 2021년에 제공한 콘텐츠 대가를 2021년 말이 돼야 결정되는 구조”라며 “리스크를 다 떠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급을 다 한 뒤 대가를 받을 때 우리가 원하는 수준을 받지 못하면 어려움에 처한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콘텐츠 공급으로 어느 정도 수익이 나는지 예측하지 못하면 ‘산업’이라 할 수 없다”며 “선 계약 후 공급 부분은 빨리 개선이 이뤄져 콘텐츠 사업자들이 예측 가능성을 갖고 제작, 공급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강 대표는 결국 콘텐츠 사용료 인상과 선 계약 후 공급이 콘텐츠 시장 전체를 살리는 길이라고 짚었다. 그는 “어디를 살리고, 어디를 죽이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잘 성장하기 위한 문제”라며 “콘텐츠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빨리 매듭지어야 하는 상황이고, 그래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