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더라도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법을 위반해 벌금을 맞거나 문을 닫는 방법 외에는 없다.”
31일 경기도 안산시 반월 도금 일반산업단지에 찾아가 만난 유일금속의 설필수 대표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한 달여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설 대표는 “사업도 잘 안 되는데, 설비를 늘리기에 생산성은 낮고 사람을 뽑자니 일할 사람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7월 1일부터 5~49인 사업장의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중소기업들이 ‘사면초가’ 상황에 놓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줄어든 물량에 인력난까지 겹친 상태에서 주 52시간 시행이라는 악재까지 맞닥뜨려서다.
유일금속은 이중 표면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뿌리 산업 기업으로 1999년 창업했다. 자동차 부품 등에 주석, 은 등 금속을 얇게 입히는 작업이 대표적이다. 유일금속 직원은 현장 직원과 사무직원을 모두 합해 30명 정도다.
현장에서의 공정은 여러 단계인 데 비해 직원 수가 눈에 띄게 적었다. 한 공정당 많아야 서너 명 정도다. 인력보단 숙련도가 더 중요하고, 공정마다 필요한 인력 수가 정해져 있는 표면처리 공정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주 52시간의 근로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단적인 이유다.
설비가 먼저다. 설비를 갖춰야 공정을 진행할 수 있다. 그제야 해당 공정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할 수 있다. 설 대표는 “사람 한 명을 더 뽑는다고 공정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며 “설비에 한계가 있어 외국인 근로자를 들인다 해도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은 똑같다”고 설명했다.
설비에 적극적으로 돈을 들이기도 힘들다. 가뜩이나 어려운 뿌리 산업에 코로나까지 겹치며 업황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반월 표면처리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을 겸하는 설 대표는 “우리 단지만 해도 옛날엔 밤 9시까지 불 켜진 공장이 많았지만, 지금은 두세 곳 정도”라며 “작은 기업이 견디기 힘든 극한 상황에 처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비투자와 자동화 등에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상황도 나쁘지만, 혹여 물량이 밀려오더라도 소화하려면 야근을 해야 한다. 인력을 늘리는 것이 해답이라고 하지만 일할 사람이 없다. 일하던 직원들마저 떠나고 있다.
설 대표는 “일부 업체에선 직원이 빠져나갔다. 야근ㆍ특근으로 수당을 받아가며 생활하던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월급을 받게 됐기 때문”이라며 “기업 차원에서도 사람을 뽑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청년은 드물고 인건비 편차도 커 (회사에) 오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중소 제조기업을 위해 일정 시간의 계도기간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중소기업의 열악한 상황을 고려해 최소 1년 이상의 계도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정부 역시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키울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