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정치경제부 기자
며칠 전까지 ‘8월에나 백신 맞으려나’ 생각하던 차에 미국으로부터 공급받는 얀센 백신을 예비군과 민방위대원에 접종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고, ‘이 기회에 빨리 맞고 끝내자’로 생각을 바꿨다. 가장 가까운 날로 예약을 마치고 지인들에게 ‘약센 접종 예약하라’고 알렸다. 지인들은 예약 인증샷을 보여주며 ‘질병관리청 출입하는 기자가 왜 이렇게 늦었냐’고 타박했다. 몇몇은 일찍이 아스트라제네카(AZ) 잔여 백신으로 1차 접종을 마친 상태였다.
불과 1~2개월 전과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AZ 백신과 얀센 백신은 공급 초기 혈전증 논란으로 국내에서 ‘줘도 안 맞는다’는 조롱을 받았다. 지인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AZ 잔여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이 줄을 섰고, 얀센 백신은 하루 만에 예약이 마감됐다.
백신이 달라진 건 없는데, 상황은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답은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주문하는 방역당국의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접종 초기 방역당국의 대응은 안전성·효과성 논란에 대한 해명과 예방접종을 당위성·필요성 강조에 치중됐다. 하지만 방역조치 실효성·형평성 논란, 화이자·모더나 백신 도입 지연, 일부 백신의 안전성 논란, 문재인 대통령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뒤늦은 접종 등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정부의 해명이나 당부는 먹혀들지 않았다.
반면, 최근에는 자발적인 접종이 늘고 있다. 접종 완료자에 대한 사적모임 인원기준 제외, 국내 입국 시 자가격리 면제 등 일종의 인센티브가 먹혀들고 있다.
이런 상황은 7월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국민의 인식·행위를 통제·개선하려는 것보단 국민 스스로 바꿀 유인을 주는 게 중요하다. 방역수칙 준수를 전제로 집합제한, 사적모임 금지 등 강제적 활동제한을 풀고, 방역수칙 위반으로 집단감염 발생 시에는 예외 없이 경제적 불이익을 부과하는 게 방법일 수 있다.
모든 걸 정부가 결정할 필요는 없다. 국민에 선택을 맡기되, 선택의 결과만 명확히 제시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