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노조, 직원 사망 자체 조사 중간 발표…“부당한 업무 지시, 모욕적 언행도”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숨진 네이버 직원이 회사에 관련 내용을 알렸지만 경영진이 묵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네이버노조는 고인의 죽음은 회사가 지시하고 회사가 묵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네이버사원노조 공동성명(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은 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정자동에 있는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료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노조는 이번 사건이 고인을 향한 과도한 업무지시, 임원의 지위를 이용한 모욕적인 언행, 회사 경영진이 이를 알고도 묵인ㆍ방조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노조에 따르면 고인은 휴일과 주말, 밤 가릴 것 없이 업무를 했고 밥을 먹다가도 업무적으로 연락이 오면 답변을 했다. 노조는 고인이 주변 지인과 나눈 메신저 대화로 밤 10시 이후에도 업무를 수행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임원 A 씨의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업무지시와 모욕적인 언행도 공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개발 담당 임원 A 씨와 기획 담당 임원 B 씨는 각각 다른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B 씨가 고인에게 업무지시를 해 난처한 상황에 처했었다고 밝혔다.
당시 고인의 직속 상사는 임원 A 씨였다. 그러면서 노조는 동일한 업무에 대해 A 씨와 B씨가 서로 다른 지시를 내리는 상황이 발생해 고인이 고충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또 고인이 개발자임에도 불구하고 A 씨는 고인에게 기획안을 요구하는 등 고유 업무영역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도 업무적인 압박을 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주변 직원들은 고인의 상황을 회사에 알리기도 했다. 2019년 1월 31일 해당 조직 직원들은 A 씨가 참여한 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이 과정에서 A 씨는 일부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또 2019년 5월 17일에는 고인을 포함한 팀장 14명이 회의를 열고 A 씨의 언행과 조직 운영 방식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로 경영진 C 씨에게 알렸지만 특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올해 3월에는 이해진 GIO와 한성숙 CEO가 포함된 회의에서도 관련 내용이 논의됐다. 당시 회의에서 한 직원은 A 씨를 시사하며 선임 정당성에 대해 질문했지만, 인사위원회가 검증하고 있다는 답변만 받았을 뿐이다. 사내신고 채널을 통해서도 신고했지만, 회사의 조사 리포트는 신고자의 발언에 비해 약하게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한미나 네이버노조 사무장은 “고인의 사망은 회사가 지시하고 회사가 방조한 명백한 업무상 재해”라며 “노동조합은 고인의 명예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해 상세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고인의 사내 메신저 이력, 사내 망 접속 이력, 출퇴근 기록, 사내소스관리도구(OSS) 자료, 임원에 대한 신고 및 조치과정, 리더 선임 검증 절차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네이버노조는 기자회견 직후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으로 이동해 정식으로 수사를 요청했다. 노조의 조사는 수사와 달리 당사자가 협조하지 않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할 시 강제할 권한이 없어 확실한 진상 규명을 위한 조치다. 그러면서 회사 측에는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위원회 구성 △책임자 엄중 처벌 △경영진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현재 사건과 관련된 책임자들은 직무정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윤 네이버노조 지회장은 “노동조합이 이 문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진상규명, 그리고 재발 방지”라며 “지금은 우선 고인께서 왜 돌아가셨는지를 정확히 밝히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는 조금은 긴 시간 동안 절대 관심 놓지 않고 지켜봐 달라”며 “네이버뿐 아니라 IT 업계에서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맡은 바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