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방부, KT AI 셋톱박스 ‘기가지니2’ 5만 개 뺀다

입력 2021-06-10 05: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내년 4월 KT와 계약 만료…IPTV 보급 사업도 원점에서 검토

▲기가지니2 제품 사진 (사진제공=KT)

국방부가 2019년 병영생활관에 도입한 KT의 인공지능(AI) 스피커 겸 셋톱박스 4만8000여 대를 빼기로 했다. 국방부는 AI 스피커 기가지니2의 보안 문제를 지적받자 이미 지난달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AI 음성인식 기능을 빼버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내년 4월 KT와 계약이 만료되면 생활관에서 기가지니2를 모두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9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국방부는 내년 4월 KT와 인터넷TV(IPTV) 보급 사업 계약 만료에 따라 군 내무반에 현재 깔린 기가지니2를 모두 뺄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국회에서 지적한 보안 문제에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국방부는 셋톱박스 기능도 동시에 하는 이 스피커에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생산한 칩세트가 들어가 국회에서 보안 문제를 지적받았다. 생활관에서 병사들의 대화가 데이터로 전송되는데, 백도어 문제로 논란이 된 회사의 칩세트가 들어 있는 게 맞냐는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지속하자 국방부는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지난달 생활관 내 기가지니2의 음성인식 기능을 제거했다. 셋톱박스와 일체형인 탓에 아예 일반 셋톱박스로 교체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KT의 비용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음성기능을 빼기로 한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부 고장으로 정비 중인 기기를 빼고 5만 개 가까이 되는 기가지니에 패치를 받아 음성인식 기능을 뺐다”며 “지금은 리모컨으로 채널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성인식 기능이 빠지면서 병사들이 날씨 등을 묻고 검색도 할 수 없게 됐다.

다만 국방부와 KT는 업데이트 전에도 병사들의 대화가 KT의 중앙 서버에 저장되진 않았고, 일각의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 진행했을 뿐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하이실리콘 반도체를 썼다는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기가지니 스피커로 채널 조정을 할 때 주변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KT 중앙 서버로 전송되는 문제가 컸는데, KT 중앙 서버로 가더라도 데이터 저장은 안 되고, 채널 조정 서비스만 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그런데도 우려가 있어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T 관계자도 “국방부에 납품 전에 음성 대화 데이터가 즉각 삭제되도록 별도의 커스터마이징을 했다”며 “기가지니2는 고려대학교 소프트웨어 보안 연구소 등에서 분석한 결과 어떠한 취약점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국방부가 군 생활관에 IPTV 구축 사업을 시작한 건 2010년 12월이다. 당시 사업 계약자도 KT였고, 3년 뒤인 2013~2018년 군부대 내 PC방ㆍIPTV 인터넷 회선통합 사업은 KT와 LG유플러스 컨소시엄이 계약을 맺었다. 당시 사이버지식정보방(인터넷PC방) 회선과 IPTV 서비스 회선이 단일 인터넷회선으로 통합됐고, IPTV가 전군 병영생활관으로 확대 보급됐다. 기가지니2가 보급된 건 2018년 12월 IPTV 사업 보급의 결과다.

국방부 관계자는 “AI 스피커 보급은 IPTV 보급 사업의 부가적인 서비스로 국방부의 요구는 아니었다”며 “KT에서 서비스를 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서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내년 4월 KT와 계약 기간이 끝나는 만큼 조만간 새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경쟁 입찰에서 KT가 또 선정된다 하더라도 논란이 있었던 기존 기가지니는 빼고, 일반 셋톱박스로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국방부는 IPTV 보급 사업 자체도 원점에서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생활관 내 TV 서비스를 위해 IPTV가 아닌 케이블TV나 위성방송 등 다른 유료방송 서비스를 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군 생활관에 IPTV가 보급된 계기는 이명박 정부 시절 IPTV 보급 확산을 정책적으로 밀어붙인 영향이 컸다.

국방부 관계자는 “병사들이 선호하는 TV 프로그램 등을 조사하고, 경제성도 분석해 그것에 맞게 방향을 잡을 것”이라며 “IPTV가 아닌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으로 내무반에서 TV를 보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