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있을 게 아니고 산악회 멤버들한테도 알려주면 좋을 것 같은데.”
MZ세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이택조 한사랑산악회 부회장이 KB모바일 인증서의 사용법을 알고 한 말이다. 특이한 점은 해당 동영상이 올라온 채널이 ‘피식대학’이 아닌 KB국민은행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최근 은행들은 미래 고객인 MZ세대에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11일 기준 국민은행은 1100여 개의 동영상을 게시해 구독자 21만 3000여 명을 확보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NH농협은행) 중 구독자가 가장 많은 은행은 농협은행으로 471개의 동영상으로 53만 2000여 명의 구독자를 끌어모았다. 이어 신한은행이 동영상 405개로 32만여 명, 하나은행은 264개의 동영상으로 7만 4500여 명, 우리은행은 675개의 동영상으로 2만 7000여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은행들이 유튜브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은 좋은 금리의 상품으로만 고객층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5대 은행의 12개월짜리 적금 기본금리는 0.6~1.9%였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적금 상품들은 한 달에 최고 한도가 50만 원 이하로 설정돼 있어 금리가 높아도 실제로 고객이 손에 쥐는 수익은 적다.
은행 유튜브의 특징 중 하나는 일반 소비자가 알기 어려운 경제 개념을 쉽게 설명해준다는 점이다. 신한은행은 오건영 신한은행 IPS 기획부 부부장은 ‘또! 오건영: 경린이(경제+어린이) 탈출 프로젝트’라는 콘텐츠를 진행하고 있다. 오 부부장은 금리 인상이 단기채와 장기채에 미치는 영향, 미국 금리가 국내 경제에 주는 영향 등을 유튜브 수업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오 부부장의 동영상엔 “여의도 1타 강사”, “이해가 잘 되니 재밌다”라는 반응이 댓글로 달리고 있다.
경제 개념 설명 콘텐츠뿐만 아니라 예능 같은 콘텐츠도 내놓고 있다. 국민은행의 ‘서른만’이 대표적이다. ‘서른만’은 하승진 전 농구선수, 방송인 최희, 유튜버 쓰복만이 30대를 위한 고민 상담소로 경조사비, 사내 연애, 재테크 등 실제 30대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코너다. ‘서른만’의 최고 조회 수는 10만 회로, 이는 올해 국민은행 채널에 업로드된 영상 중 2번째로 높은 수치다.
농협은행은 지난 3월 직원 중 NH튜버를 선발해 직원 유튜버로 활동시키고 있다. 이들은 금융상품과 서비스 홍보 영상을 물론 취미와 생활 정보, 스낵 영상 등 각종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권준학 농협은행장은 NH튜버를 선발하면서 “젊고 스마트한 농협은행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유튜브를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기보다 금융업의 전문성으로 팬덤을 형성해 지속적인 소통을 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