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직원에게 첩보보고서를 대신 작성토록 부당 지시를 내리고 해당 보고서를 근거로 첩보수집비를 수령한 경찰에게 내려진 징계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안종화 부장판사)는 경정 A 씨가 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직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 씨는 서울지방경찰청 보안부 외사과 과장으로 근무하던 중 2017년 3월부터 2018년 7월까지 부하직원 B 씨에게 별도로 첩보내용을 알려주지 않은 채 총 34건의 첩보보고서를 임의로 대신 작성토록 부당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또 B 씨가 작성해준 첩보보고서를 근거로 본인의 카드 사용 내용을 정산해 총 84건의 첩보수집비 462만 6160원을 수령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청 경찰공무원 중앙징계위원회는 2019년 4월 A 씨의 징계 사유가 모두 인정되고 국가공무원법에서 명시한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처분을 의결했다.
A 씨는 “모범공무원으로 국무총리표창을 비롯해 다수의 표창을 받았다”면서 “실제로 첩보활동을 했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행위는 단순한 행정업무에 불과해 서무에게 대신 작성을 지시한 것은 부당한 지시라 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17개월 동안 매월 2건 씩 원고 명의 첩보보고서가 작성 및 제출됐는데 원고가 보고서의 주제를 선정하거나 내용과 범위를 특정했다고 할 수 없다”면서 “원고가 보고서의 작성 주체라거나 실질적으로 작성에 관여했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첩보수집비는 수사관이 얻은 첩보를 근거로 작성 및 제출된 보고서에 대한 평가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면서 “첩보의 비밀성과 내용이 중요해 수사관들의 전체 회의에서 첩보 내용이 논의됐다고 하더라도, 각자가 수집해 온 첩보에 대한 보고서를 본인이 작성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어 “원고가 외사첩보수집활동비 집행 지침과 어긋나게 첩보수집비를 수령하기 위한 목적으로 B 씨에게 원고 명의의 보고서를 대리 작성케 한 것은 부당한 지시다”면서 “첩보수집비 관련 규정을 위반해 사용·수령함으로써 예산·회계 관련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