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시설 모여 있어 문제없다" vs "피해는 고스란히 인천 몫"
21일 오전 11시 수도권 제3-1매립지가 있는 인천 서구 오류동. 도로에 덤프트럭과 믹서트럭(레미콘을 수송하는 차량)이 쉴 새 없이 오갔다. 이곳은 레미콘과 비산회 등 건축 자재를 제조하는 기업, 금속ㆍ재료와 금속제품 도매업 등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었다. 매립지 입구 방향으로 15분 정도를 걸어 올라가자 목이 칼칼해지기 시작했다.
서울시와 인천시는 제3-1매립지 사용 기간 연장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제 3-1매립지는 103만㎡ 규모로, 서울에서 일평균 800톤의 쓰레기가 유입되고 있다.
인천시가 2025년 제3-1매립지 사용 종료를 공식 선언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용량의 여유가 있다"는 이유로 2~3년 더 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남춘 인천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 지역 구청장 24명에게 "쓰레기 정책의 기본은 발생지 처리가 원칙"이라며 수도권매립지 종료에 힘을 모아달라는 취지로 편지를 보냈다. 인천 시민들도 합세해 '연장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다만 매립지 인근 주민들의 의견은 갈리고 있다. 대개는 매립지 사용 연장 논란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일부 주민은 서울시가 매립지를 몇 년 더 쓰더라도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버스를 운행하는 A(55) 씨는 "(매립지 운영이) 2025년에 종료되면 안 된다"며 "쓰레기가 다 어디로 가겠느냐. 이전에도 서울에서 쓰레기가 쌓여 난리가 났었다"고 말했다. 이어 "합리적으로 판단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남편이라는 점에서 정치 논리가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검단일반산업단지에서 일하는 B(48) 씨는 "2025년에 종료하든 2030년에 종료하든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폐수처리시설이나 시멘트 공장 등 이른바 기피시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며 "매립지 사용을 2~3년 연장하더라도 생활 여건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 운행 기준으로 20분 이내 거리의 생활반경에 쓰레기매립지가 포함되지만 크게 불편한 점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반면 이곳을 조금 벗어자나 곳곳에서 매립지 연장 반대 의견이 표출됐다. 인천 서구 오류왕길동은 검단일반산업단지보다 매립지와 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곳 주민들은 사용 연장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제3-1매립지와 차도로 약 15km 떨어진 검단사거리역에는 '30년 고통 수도권 매립지 종료하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
단봉초등학교 학부모 C(37) 씨는 "아이들 가까운 곳에 쓰레기 묻는 곳이 있으면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신도시가 조성되고 1만3000세대 대규모 아파트 단지도 들어서는데 매립지가 있으면 집값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삶의 질을 위해서라도 서울 쓰레기를 그만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주민 D(43) 씨는 "수도권매립지가 생기면서 매립 부분을 환원해 골프장이나 체육시설이 조성됐고, 일자리도 창출되는 등 보상도 있었지만 한계가 있는데 계속 끌고 갈 수 없는 일"이라며 "조속히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승한 바르게살기운동인천서구협의회 사무처장은 "매립으로 발생하는 냄새가 청라까지 날아가고 차량이 오가면서 분진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지속하고 있다"며 "환경부도 2025년부터 직매립을 금지하고 있다. 쓰레기는 발생지에서 처리하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해선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하는 방안이 궁극적인 해법이다. 재활용 폐기물을 깨끗하게 분리 배출하는 습관도 기르는 동시에 일회용품을 줄이고 제품을 오래 쓰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국장은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생산 단계에서 재사용을 염두에 두고 설계하는 등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