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15일 공개된 지난 5월 27일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 금통위원들이 통화 긴축이 필요하다는 ‘매파’ 성향 의견을 밝혔다. 당시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연 0.5%) 동결의 결론을 내렸지만, 향후 금리인상에 대한 구체적 신호가 담길 것으로 예측됐다는 점에서 의사록 내용이 주목을 받아왔다.
이주열 한은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4명이 조기 금리인상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금리를 이례적인 수준으로 낮춘 통화정책 완화 기조의 조정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지금의 너무 낮은 금리가 성장을 저해하고 금융 리스크를 키운다는 것이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불균형과 인플레이션 우려, 통화정책 여력 확보의 측면에서 금리 정상화를 계속 미룰 수는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주열 총재가 잇따라 금리인상을 시사한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이 총재는 5월 금통위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고, 지난 11일 한은 창립 71주년 기념사를 통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있게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행 시기만 남았을 뿐, 금리인상의 신호가 더욱 뚜렷해진 것이다. 미국도 조만간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를 통한 긴축에 나설 움직임이고 보면 자연스러운 방향이다.
금리인상의 시계가 빨라진 건 확실하다. 한은 박종석 부총재보도 최근 “한두 번 금리를 올린다고 긴축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은 10월께 1차로, 내년초 2차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p)씩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은의 금리 결정을 위한 하반기 금통위 회의는 7월과 8월, 10월, 11월 등 4차례 남아 있다.
문제는 금리인상이 막대한 부채를 짊어진 가계와 기업에 가져올 충격이다. 한은 통계에서 1분기말 가계대출 잔액은 1765조 원으로 1년 전보다 9.5%나 불었다. 코로나19로 벼랑에 몰린 저소득층의 생활자금 조달과, 개인의 부동산.주식.가상화폐 투자를 위한 빚내기로 부채규모가 폭증한 것이다. 여기에 기업대출을 포함한 전체 민간부채는 4000조 원을 웃돈다. 금리인상은 이자부담 가중으로 이어지고, 특히 취약한 고리인 가계 빚이 경제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올 우려가 커진다.
빚이 급속히 늘어난 반면 부채상환능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가계 빚의 변동금리 비중이 70%이고 보면, 대출금리가 0.5%p만 올라도 가계가 더 부담해야 할 이자는 6조 원에 육박한다. 금리인상의 빨간불이 켜졌고, 부채가 경제 뇌관이 될 위험은 커지는데 대응방안이 마땅치 않은 게 딜레마다. 부채 총량을 줄이고, 취약 가계의 리스크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