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격 수용하면 유리해지는 거 알지만…노무현, 원칙있는 패배가 이기는 길"
총선ㆍ재보궐 이어 또 원칙 깨선 안 된다는 인식…"관계없이 편 들면 구태"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9월 예정된 대선후보 경선연기론을 두고 지지하는 대권 주자에 따라 갈렸다. 22일 의원총회에서 토론을 치른 후 송영길 대표가 결단할 예정이다.
경선연기론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광재 의원 등 후발주자들이 1강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견제하고 추격할 시간을 벌기 위해 제기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재명 대 반(反) 이재명’ 구도가 조성됐다.
각 대권 주자를 지지하는 의원들의 공중전이 벌어졌지만 당 지도부는 예정대로 경선할 채비를 했고, 이에 조바심이 난 후발주자 측 의원들이 의총 소집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경선연기론 측 요구에 따라 의총이 열리는 만큼 이후에는 송 대표가 가부를 결단할 전망이다.
경선기획단 공동단장인 강훈식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오늘 중에는 정리할 것”이라며 “의원들 의견을 수렴해 토론하면 마지막 결단은 송 대표가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헌·당규상 상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경선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데, 지금 그런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게 객관적 시각”이라며 “오늘 연기 여부를 확인한 후 기획단이 어떻게 활동할지 정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홍영표 의원의 경우 송 대표가 아닌 이 지사에 결단을 촉구했다. 홍 의원은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당내 의원들과 당원들의 분위기로는 경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쪽이 좀 더 우세하다고 판단한다”고 전하며 “가능하면 1위 후보가 이걸 흔쾌하게 받아들이면 쉽게 끝나는 문제 아닌가. 그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압박했다.
당사자인 이 지사는 홍 의원과 같은 의견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히며 당의 원칙이 더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갈등 국면에서 통 크게 받아주면 대범하다는 평가를 받아 유리해진다는 점을 모를 만큼 제가 하수는 아니다”며 “문제는 우리 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되고 소탐대실 결과가 되기 때문에 당과 정치 발전을 위해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지사의 전격 수용 주장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불리한 경선 룰을 받아들여 승리한 사례를 근거로 하는 걸 겨냥해 “정치집단에 대한 지지는 신뢰에서 나오는 거고 신뢰는 약속과 규칙을 지키는 것에서 생긴다”며 “노 전 대통령도 원칙 없는 승리보다 원칙 있는 패배를 선택하는 게 이기는 길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론과 관계없이 한 쪽 편만 드는 건 구태정치”라며 “그래서 특정 현안을 가지고 ‘이재명 대 반 이재명’으로 분류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후발주자 측 경선연기론을 주장하는 의원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는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약속을 깨 비례정당을 만들고, 재보궐 선거에선 당헌·당규를 바꿔 후보를 내 신뢰를 잃은 가운데 경선연기는 설상가상이라는 비판이 깔린 발언이다. 이 지사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사건들에 관해 “민주당이 국민에 석고대죄해야 할 일이 2개”라고 짚으며 “세 번째로 원칙과 약속을 어기는 일을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 같은 인식 없이 지지하는 대권 주자의 정치적 유불리만 보고 경선연기를 주장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