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최대 M&A…정용진 부회장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드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
신세계그룹이 단독으로 연간 거래액 20조 원 규모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확정하면서 이커머스를 포함한 국내 유통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이베이코리아의 지분 80%를 3조4400억원에 인수하는 창사 이래 최대 인수합병(M&A)을 통해 신세계그룹은 단숨에 거래액 기준 이커머스 업계 '2위'로 도약하며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하게 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와 관련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고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올 초 신년사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근성’을 주문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SSG닷컴(3조9000억 원)과 이베이코리아(20조 원)의 거래액을 단순 합산하면 약 24조 원 규모다. 이는 쿠팡(22조 원)보다 많고 네이버(27조 원)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거래액으로 보면 '네이버-신세계(이베이+SSG닷컴)-쿠팡'의 3강 구도가 형성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신세계그룹은 이베이 인수에 대해 "온라인과 디지털로 180도 전환하는 시작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세계그룹은 온ㆍ오프라인 종합 플랫폼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편의점(이마트24), 복합쇼핑몰(스타필드), 호텔(조선호텔앤리조트) 등 기존 오프라인 플랫폼에 최근 더한 SSG랜더스 야구단, SSG닷컴과 이베이코리아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고객을 만나는 '완전한 온ㆍ오프라인 360 에코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거점이 합해지면 각자의 장점을 기반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 전국적인 오프라인 유통망에 더해 이베이코리아의 유료 멤버십 회원 270만명과 국내 최대 규모의 판매자를 얻게 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신세계그룹은 온라인 풀필먼트(통합물류관리) 센터를 보유한 SSG닷컴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4년간 1조원 이상을 온라인 풀필먼트 센터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여기에 오프라인 거점을 온라인 물류 전진기지로 활용해 물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베이 인수 후 이마트 부문 내 온라인 비중은 약 50%에 이르게 된다. 이마트 강희석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온라인이 아니라 유통판 전체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국내 유통시장이 오프라인 유통공룡 vs 이커머스 공룡간의 대결로 보였다면 오프라인 공룡 중 하나인 신세계ㆍ이마트가 온라인 2위로 올라서면서 온오프라인 구분 없는 무한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이커머스 시장의 경우 업계에선 이번 인수전 이후 '2파전' 같은 '3파전'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네이버가 비록 당초 예상과 다르게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으나 "협력 관계는 이상없다"는 게 이마트 입장이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올해 3월 네이버를 직접 찾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만나 2500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이라는 ‘빅딜’을 성사시키고 서로 고객, 물류망, 셀러 등을 공유하는 협력관계를 맺었다.
따라서 향후 이커머스 왕좌를 향한 경쟁은 '신세계-네이버 연합 VS 쿠팡'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일단 '덩치' 로만 봤을 땐 연합군이 쿠팡을 압도한다. 네이버 신세계 연합의 거래액은 단순 합계로만 지난해 기준 50조 원이 넘는다. 시장점유율은 30%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커머스 시장 재편의 변수는 또 있다. 미국 증시 입성으로 '5조 원' 실탄을 장전한 쿠팡과 이커머스 전문 자회사 카카오커머스를 분사 3년 만에 다시 합병한 카카오다. 먼저 쿠팡은 대구, 창원, 김해를 비롯해 광주까지 전국에 콜드체인을 갖춘 물류센터 건립에 나서며 신선식품 빠른 배송을 위한 인프라 구축 작업에 한창이다.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플랫폼을 확보한 카카오는 최근 라이브커머스(라방)를 강화하고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를 인수하는 등 후발주자로 입지를 다진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신세계그룹에 밀려 고배를 마신 롯데그룹도 이커머스 강화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을 강화하면서 M&A, 외부와의 협업 등 차별화된 가치 창출 방안을 계속 모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3조4000억 원을 웃도는 인수가격을 둘러싼 '승자의 저주' 우려는 신세계가 해소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향후 SSG닷컴과 이베이코리아 플랫폼 통합 작업에서도 적지 않은 비용이 소모될 것으로 예상된다.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롯데그룹이 일찌감치 경쟁에서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데다, 우군인 네이버가 이베이 인수전에서 발을 뺀 것도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점을 해소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이베이코리아가 이커머스 업계선 유일한 흑자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이 2019년 말부터 부동산 자산을 현금화하면서 올해 초까지 약 2조원의 실탄을 확보했고, 이번 인수를 위해 이마트 주요 매장을 담보로 추가 대출까지 준비한 만큼 승자의 저주는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