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S-H’.
증시 전문가들은 하반기 장밋빛 실적을 희석시키고 금융시장을 뒤흔들 5가지 악재로 꼽은 충돌(Conflict), 금리(Rates), 아시아(Asia), 투기(Speculation), 주택시장(Housing)의 영문 머리글자다.
5가지 악재 중 먼저 ‘충돌’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의미한다. 최근 미국은 주요 7개국(G7) 국가들과 함께 중국의 일대일로를 견제하는 ‘B3W(더 나은 세계 재건)’라는 저개발 인프라 건설 파트너십 구축을 발표했다. 반면 중국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반외국제재법’을 통과시켰다. 미·중 갈등은 상품·기술·환경·통화 분야뿐만 아니라 군사·외교·안보 및 인권 분야까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 대면할 리스크는 경기 회복 과정에서의 마찰적 요인들로, 예상되는 악재는 대부분 상호 간에 영향을 미치며 복잡한 상관관계까지 갖고 있다”며 “그 중 미ㆍ중 분쟁은 하반기 금융시장의 긴장을 일으킬 대표적 불확실성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둘째 악재는 금리 급등 위협이다. 연준 통화완화정책으로 초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기업ㆍ가계의 투자ㆍ소비지출 확대에 도움을 줬는데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총수요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미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로 조기 금리인상론까지 불거졌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연준 투표권자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총재가 CNBC 인터뷰에서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강해 2022년 말 금리인상을 시작해야 한다, 매파적으로 기울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발언했다”며 “이는 6월 FOMC 점도표 중간값보다 훨씬 빠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셋째는 아시아 위기다. 경상적자 규모가 큰 인도 등 일부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고, 미국발 금리 인상 걱정까지 더해지면 아시아 전체로 경제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
넷째는 과도한 투기자본 유입이다. 핵심은 가계부채다. 주식, 비트코인 등 자산시장에 베팅하려는 ‘빚투’ 흐름 등이 강해지며 1분기 가계빚(신용)은 1765조 원으로 사상 최대치로 불어났다. 한국은행이 금융 전문가 8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높은 가계부채를 금융 위험 요인으로 본 전문가들이 46%(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어 코로나19 재확산과 백신 접종 지연(37%),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29%) 등이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와 고용 회복세가 지속될 수 있도록 정책을 운영해 나가되 이러한 불균형이 누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자산시장으로 쏠리는 자금이 보다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한편 경제 주체들의 레버리지(빚)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섯째는 주택시장의 버블 붕괴 우려다. 블룸버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결제은행(BIS)의 자료에 기반해 국가별 집값 거품 수준을 분석한 결과 전 세계 23개 주요 국가들의 집값이 급등하며 지난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위험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는 전체 23개국에서 19위를 차지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최근 집값 상승 기대 심리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 아파트값이 가격 거품이 형성된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수준까지 오른 데다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과 다음 달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인한 집값 하락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