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 딸 쇠사슬로 묶고 불고문”…창녕 아동학대 사건, 동생들도 지켜봤다

입력 2021-07-0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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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 아동학대 사건의 계부가 2020년 6월 15일 아동학대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창원지방원 밀양지원 입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계부와 친모가 딸에게 행한 학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원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

경남 창녕에서 초등학생 딸을 상습 학대한 부모의 항소심 재판에서 1심보다 더 무거운 형벌이 내려졌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민정석·반병동·이수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6년이 선고된 계부(37)와 3년을 선고받은 친모(30)에게 원심보다 무거운 징역 7년과 4년을 선고했다.

또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 관련 취업제한 5년도 명령했다.

지난해 5월 29일 경남 창녕의 한 도로에서 잠옷 차림에 온몸이 멍든 9세 여아 A 양은 주민에게 발견됐다. 당시 A 양은 손톱 일부가 빠져있었고, 머리에 피가 흐른 자국도 있었다.

A 양은 인근 빌라 4층 테라스에 묶여 감금돼 있다가, 쇠사슬이 잠깐 풀린 틈을 타 옥상 지붕을 타고 옆집으로 넘어가 물탱크가 있는 밀실에 숨어있다가 탈출했다. A 양을 발견한 주민이 인근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사주자 아이는 며칠을 굶은 것처럼 허겁지겁 먹었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계부와 친모의 학대는 충격적이었다.

부모는 평소 밥을 제대로 주지 않았으며 목에 쇠사슬을 채운 다음 화장실 수도꼭지 등에 묶어둔 것으로 확인됐다. 글루건 실리콘을 발등과 배 부위에 떨어뜨려 화상을 입게 하거나 물이 담긴 욕조에 가둬 숨을 못 쉬게 하기도 했다. 달군 프라이팬과 젓가락으로 지지는 등 노예보다도 못한 생활을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2020년 5월 29일 경남 창녕에서 잠옷 차림에 온 몸이 멍든 9세 여아 A 양이 주민에게 발견됐다. 사진은 A 양을 발견한 주민이 인근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사주는 모습. 아이는 며칠을 굶은 것처럼 허겁지겁 먹었다. (출처=채널A 캡처)

항소심 재판에서는 A 양이 학대당하는 장면을 어린 동생들이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동생들은 아동보호기관의 방문 조사 당시 ‘A 양이 학대당할 때 어떤 감정이 들었느냐’는 질문에 “아빠, 엄마가 때릴 때 (A 양이) 투명해지면서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아동학대는 아동에게 일반적 해악을 가해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주고 아동은 학대당했다는 기억 때문에 성장 과정에서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면서 “아동이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보호하고 아동학대를 예방할 필요성을 고려하면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 아동이 도망치지 않았다면 지속적인 학대를 당해 더 중한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피고인들이 반성하며 사죄하는 마음이 있나 의심스럽고 피해 보상 예상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원심판결은 너무 가볍다”고 판시했다.

1심 선고 후 이들 부모는 반성문을 150여 차례나 재판부에 제출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엄벌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500여 차례 법원에 보내며 부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현재 A 양은 과거 자신을 보호했던 위탁 가정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년 만에 키가 15㎝가 자랐고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했다고 한다. 경남아동보호전문기관은 “A 양에 대해 1년마다 보호명령 연장을 신청하는 식으로 성인이 될 때까지 보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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