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현대미디어 인수 주체는 스튜디오지니로 가닥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내달 전원회의에서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를 심의할 계획이다. 현대HCN의 자회사인 현대미디어의 인수 주체 변경이 심사 지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공정위는 이달 중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 심사를 마무리해 이달 심사 보고서를 상정하고, 내달 전원회의에서 심의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잠정적으로 내달 전원회의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보면 될 것”이라며 “전원회의가 열리기까지는 통상 한 달이 걸리기 때문에 이달에는 어렵다”고 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7월 현대HCN 우선 인수 협상 대상자에 선정됐고, 지난해 11월 인수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청을 완료했다. 공정위는 11월 중순부터 정식 심사에 착수해 현재 심사 착수 뒤 8개월가량이 흐른 셈이다.
작년 10월 과기정통부, 공정위, 방송통신위원회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 맺고 방송통신 사업자들의 M&A 신속 심사를 약속했다. M&A 심사에 대한 상호 협력 기반을 구축하고, 심사 공통 자료를 공유하는 등 심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었다.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는 이 같은 약속 이후 처음 접수된 승인 심사 신청 건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 속도에 기대감이 있었다. 앞서 LG유플러스의 LG헬로비전 인수는 9개월,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 인수는 10개월이 걸렸다. 결과적으로 LG유플러스의 LG헬로비전 인수 당시와 심사에 비슷한 기간이 걸려 ‘신속 심사’에 관한 약속은 공수표가 됐다.
공정위는 ‘인수 주체 변경’이라는 변수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애초 KT는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현대HCN과 현대HCN의 자회사인 현대미디어를 동시 인수할 방침이었다. 그런데 최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인 현대미디어를 KT 스튜디오지니가 인수하는 쪽으로 선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공정위도 공식 신청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와 스튜디오지니의 현대미디어 인수를 따로 보지 않고, 같이 검토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스튜디오지니로 인수 주체 변경 건이 공식 신청돼야 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 심사도 속도를 낼 수 있다.
공정위는 KT 측이 인수 신청 변경을 계속 늦출 것을 대비해 심사 보고서 상정 이후 변경 신청이 들어오는 경우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변경 신청을 한다고 해 놓고, 안 하고 있어서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상태”라며 “보고서 상정 뒤 인수 당사자가 바뀌는 절차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상정 뒤 신청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그 전까지 인수 주체 정정 신청을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KT 측은 현대미디어 인수 주체가 스튜디오지니로 변경되는 것과 관련해 “확정된 건 아니다”라며 “최선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