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코로나 2년 차 전망' 조사 시행
반복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국지적 발발로 전 세계 민간 경제회복이 예상보다 늦춰질 것이란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전 세계 주요 18개국 대표 경제단체와 국제기구ㆍ경제협의체를 대상으로 5~6월에 걸쳐 '세계 경제 결정적 순간: 코로나 2년 차 전망' 조사를 했다며 3일 이같이 밝혔다.
설문에 참여한 국가들은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52%를 차지하는 주요 18개국과 EU(유럽연합),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경제권을 대표하는 국제기구 3개다.
세계 경제의 코로나 회복 양상에 대해 대다수(84.1%)가 코로나19의 반복적인 국지적 재발이 올해 세계 경제를 특징지을 것으로 전망했다.
절반가량(47.4%)은 “코로나의 국지적 발발로 단기적으로 경제성장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했고, 10.5%는 “장기적으로도 경제회복이 늦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절반이 넘는(52.4%) 세계 경제단체가 IMF(국제통화기금)의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예상치인 6%보다 낮은 경제성장률을 전망했다.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예상한 경제단체도 38.1%에 달했다.
세계경제단체들은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의 경우 앞으로 1년 반 안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경제가 회복(71.4%)되는 반면, 백신 배포가 늦은 국가의 경우는 3년 이상(52.4%) 걸리는 등 경제회복 속도의 격차가 있을 것으로 봤다.
전경련 관계자는 "경제단체들이 지역ㆍ국가별 경제 현황과 세계경제와의 격차를 파악하고 있는 점, 기업 현장에 직접 접해있는 점 등 글로벌 경제단체들의 현실적인 체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코로나19 타격 이후 세계화와 다자주의가 손상을 입은 가운데 세계경제단체들은 앞으로 자국중심주의가 더욱 강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응답 국가의 47.7%(약한 자국중심주의 38.2% 및 강한 자국중심주의 9.5%)는 다자주의와 세계화가 앞으로 악화일로일 것으로 예측했다.
9.5%는 코로나19로 훼손된 작년과 올해 수준의 현상 유지, 42.8%(약한 다자주의 33.3% 및 강한 다자주의 9.5%)는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갈등을 둘러싼 글로벌 경제 질서에 대해서는 90.5%(탈동조화 심화 42.9% 및 첨단 산업 미국, 공급사슬 중국 양분 47.6%)가 미·중 경제대립 첨예화를 예상했다.
47.6%는 미국이 첨단산업을 주도하고 전통제조업의 공급사슬은 중국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세계 경제가 양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42.9%는 전방위적인 중국과의 탈동조화가 심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바이든 주도로 미국이 이끄는 세계 경제 질서가 강화할 것으로 내다본 응답자는 9.5%였다.
지난해 주요국 중 중국만이 플러스 경제성장을 이룬 점이 코로나 발생 이후 가장 예상치 못했던 사실 중 2위(22.6%)로 꼽혔다.
코로나 이후 글로벌 공급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국의 공급망에 다소 변화가 있었다는 응답이 57.1%였고,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38.1%였다.
공급망 변화의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났다. 국내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오프쇼어링(29.2%), 제조시설이 본국에 인접한 국가로 재배치되는 니어쇼어링(25.0%) 등 해외 공급망이 적극적으로 개척ㆍ 다변화하고 있고, 기업이 본국으로 되돌아오는 리쇼어링 형태도 16.6%였다.
주요국의 경제계는 각국 정부의 코로나 대응 기업 지원책이 실제로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재정정책 운용 방향을 올해까지는 긴축재정으로의 전환(25.0%)보다는 확정재정 기조를 지속(75.0%)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효과적인 재정정책 운용을 위해서는 근로자에 대한 직접 지원(20.0%)보다 기업을 우선으로 지원해 일자리를 창출하라는 의견(80.0%)에 힘을 실었다.
정부의 코로나 부양책 종료 후 드러날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응답자의 38.2%가 ‘정부 인공호흡으로 버텨 온 기업들의 도산’을 꼽았다.
그 밖에 ‘막대한 유동성 공급 후 금융과 실물의 괴리와 부작용(17.7%)’, ‘고용지원 제도 종료 이후 실업 전면화(17.7%)’ ‘빈곤ㆍ불평등 심화(17.6%)’ 등도 있었다.
최근 도입 중인 글로벌 최저법인세, 탄소세, 디지털세 등 기업 대상의 각종 세금에 대해서는 ‘정치 리더십이 한계에 부딪힌 재정 이슈를 각종 세금의 형태로 기업에 전가한다(36.4%)’고 지적했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 이후 확산한 원격근무 형태가 영구히 정착할 것으로 판단했다.
원격근무와 현장근무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이 운영되는 가운데 오피스 근무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는 응답이 81.0%, 원격근무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는 응답이 나머지 19.0%를 차지했다.
코로나 이전과 같은 오피스 중심의 근무방식으로 돌아가거나 완전한 원격근무 형태로 전환할 것이라는 응답은 없었다.
지난 1년간 코로나를 겪으며 드러난 가장 예상치 못했던 사실로는 ‘전 세계적인 백신 접종 거부 현상(35.5%)’이 가장 많았다. ‘중국의 세계 유일한 플러스 경제성장(22.6%)’도 많았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기업들과 접촉이 많은 주요국 경제단체에서 느끼는 체감 경제전망이 국제적인 공식 통계보다 비관적으로 올해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낙관은 아직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심리라는 관점에서 기업의 활력 제고를 위한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코로나 정부지원 종료 후 기업의 줄도산이 예상된다는 점을 보면 실물경제 현장은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며 “기업 생존 지원을 위한 정부 정책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