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은행은 ‘재택근무’를 싫어해…Z세대에 사무실 복귀 촉구

입력 2021-07-0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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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CEO “재택근무, ‘뉴노멀’ 아닌 ‘일탈’일 뿐”
교육·멘토링·동지애 부재 우려
월가 신입사원들, 재택근무에 '일과 삶의 균형' 더 나빠져

▲4월 16일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뉴욕증권거래소 밖에 월가의 간판이 보인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많은 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대규모 재택근무 실험을 성공으로 보고 환영하고 있지만, 월가 대형 은행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하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 등 월가 최고 은행들은 직원, 특히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 신입사원들이 사무실로 돌아오길 원하고 있다. 이들은 사무실 복귀를 통한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많은 신입사원이 자신의 직장에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5월 “재택근무가 혼잡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효과가 없다”며 “젊은이들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재택근무를 최대한 빨리 바로잡아야 하는 ‘일탈’이라고 칭했을 정도다. 그는 올해 초 열린 한 가상 금융 서비스 콘퍼런스에서 재택근무에 대해 “혁신적이고 협동적인 문화를 가진 우리에는 이상적이지도, 새롭지도 않은 것”이라며 “이는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정상)’이 아니라 가능한 한 빨리 고쳐야 하는 일탈에 불과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월가 고위 경영진은 사무실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교육과 멘토링, 동지애가 재택근무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앞서 솔로몬 CEO도 “신입사원들이 올해 여름 또다시 원격으로 입사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 이들이 직접적인 멘토링을 받지 못하는 점이 우려된다”면서 이 점을 언급했다.

재택근무는 ‘일과 삶의 균형’에 적합하다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을 위한 소셜미디어 채팅 사이트 피쉬볼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금융 분야 응답자의 약 3분의 2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기간 ‘일과 삶의 균형’이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젊은 은행가들은 비좁은 집에서 여러 대의 모니터를 놓고 쉴새 없이 일해야 했다. 반면 회사에서 비용을 내는 고급스러운 저녁 식사 등 사무실 근무로 누릴 수 있었던 것들은 사라졌다.

이에 씨티그룹과 JP모건 등이 지난주 1년차 애널리스트들의 연봉을 1만5000달러(약 1700만 원)에서 10만 달러까지 인상하는 등 신입사원들의 좌절 달래기에 나섰다.

또 월가 은행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가속화에 힘입어 사무실 근무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미 뉴욕 본사로의 복귀 명령을 내렸으며, JP모건 역시 이달 6일부터 사무실 출근을 재개하기로 했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O는 “뉴욕의 레스토랑에 갈 수 있다면 사무실도 올 수 있다”며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다만 재택근무는 월가 은행들의 수익성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대유행 초기 긴장한 기업 고객들은 현금을 모으기 위해 경쟁했으며, 이후에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을 통한 상장에 열을 올렸다. 덕분의 월가 은행들의 매출과 순이익 등 실적은 사상 최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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