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1주택 고령자 종부세 유예 검토…조세 형평성ㆍ재산권 보호는 과제

입력 2021-07-0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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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정부·여당이 고령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과세 유예제 검토를 도입하고 있다. 기존 세제와 형평성 확보나 재산권 보호는 풀어야 할 과제다.

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당·정은 전년도 소득이 3000만 원 이하인 만 60세 이상 1가구 1주택 실거주자에 종부세 과세 유예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택을 매각하거나 상속·증여하는 등 소유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 전까지 종부세 과세를 미뤄주겠다는 것이다. 매년 세액의 1.2%를 이자로 걷되 나머지 세액은 소유권을 이전할 때 한꺼번에 과세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연(年) 1.2% 이자 내면 나머지 종부세는 집 팔 때 납부
정부·여당은 지난달 종부세 제도 개편 논의 과정에서 과세 유예제 도입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주 "종부세가 2%로 된다면(공시가격 상위 2%에게만 과세한다면) 과세 이연(유예)을 도입할까 생각하고 있다. 이미 정부가 마음에 두고 검토했던 사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미 국회엔 여당 의원이 과세 유예제 도입을 위해 발의한 종부세법 개정안이 상임위 심사를 받고 있다. 과세 유예제가 도입된다면 이달 임시국회 중 '상위 2% 종부세 과세' 안과 함께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여권이 과세 유예제를 도입하려는 건 해마다 종부세 납부 대상 주택과 부과액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종부세 납부 대상인 1주택자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8만7000명에서 지난해 29만1000명으로 늘었다. 이 기간 이들이 내야 하는 종부세 부과액도 460억 원에서 3188억 원으로 뛰었다. 집값 상승과 공시가격 현실화(과세 기준인 공시가격과 시세 간 차이를 좁히는 것)에 따른 후폭풍이다.

문제는 고정수입이 없는 고령자로선 늘어난 종부세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집값이 올랐어도 당장 상승분을 실현할 수 없다면 소비나 저축을 줄여 세금을 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늘어난 종부세에 고령자가 집을 팔아야 할 상황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과세 유예제가 도입되면 이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기재부서도 "종부세만 우대해 유예하는 건 적절치 않아"
과세 유예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다른 세금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현행 국세징수법에선 과세 유예 사유를 재난 상황이나 도산 위험, 중상(重傷)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당장 집값과 공시가격 상승으로 종부세와 함께 재산세 부담도 늘어났는데 재산세는 과세 유예제 도입 논의가 없다. 기재부 역시 "종부세만 예외적으로 타 세목보다 우대해 장기간 유예하는 것은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국회에 냈다.

일각에선 과세 유예제가 세금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도 의심한다. 당·정에선 과세 안정성을 위해 유예제가 적용되는 주택에 국세청장 명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납세자의 재산권 행사가 제약된다. 최병권 국회 기재위 전문위원은 "누적되는 납부 유예 금액으로 인해 (소유자가) 해당 보유주택의 처분을 포기하는 결과가 초래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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